이제 나도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겠다.
내가 회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10년 전 이맘때 피덩이 같은 아들 쌍둥이를 육아하다가 절에서 만난 분의 소개로 울며 겨자 먹기로 나는 조그마한 게임회사에 취업을 하였다. 대표는 내가 대학원 나온 학교를 졸업하였고, 그 밑에 이사님도 동문이었다. 대표님은 인사팀 출신이라 사람을 오랫동안 많이 상대해서 그런지 서투른 나를 잡도리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대표님은 좋게 말하면 나에게 직장인이 되기 위한 개념을 잡아주셨고 나쁘게 말하면 거의 개 잡히듯이 잡도리하였다 아직도 내 몸이 혼났던 포인트를 기억하고 있어서, 내가 밑에 직원이 어떤 포인트에서 거슬리는지 금방 캐치하는 능력이 생겼으며, 무슨 말을 해서 잡도리할지 당장 써먹어도 될 만큼 대표님은 내 머릿속에 어록을 각인시켜 주셨다. 게임회사에서 퇴근을 위해서는 많은 절차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 회사를 게임회사보다 더 많이 다녔음에도 퇴근인사를 할 때 팀장님 눈을 잘 못 맞춘다.
직원끼리는 끈끈하게 지냈다.
게임회사의 직원들은 나이가 많아서 한 명 빼고는 다 형이었다. 그중 남자 그래픽 디자이너 형님이 계신데 그 형과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공과 취업 분야가 다르다는 점이고, 연봉은 매년 동결이었으며,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정치는 전혀 못하고 시킨 일에 대해서 뒤에서는 업무가 많다고 구시렁대었지만 결국에는 둘 다 임무는 완수하곤 하였다.
형님께 고마운 점이 있다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래도 다른 직원보다 조의금을 많이 주셨었다. 형님은 아버지 장례식장에 왔을 때 밑창이 뜯어진 구두를 신고 오면서 나에게 조의금을 많이 주셔서 고마운 기억이 아직도 있다.
다니던 게임회사의 급여체불이 계속되었고 커리어 측면에서도 더 이상 쌓을 게 없어 나는 정말 내 몸 던져서 이직을 하였다. 그런데 이 형님은 그래도 그 회사에서 연봉 인상 없이 버티고 버텼으나 결국에는 퇴직금을 다 받지 못하고 회사가 소멸되었다.
취직 자리 없어?
그 이후로 형님은 교대역쪽으로 취업을 하였고 나의 소송 건물 물권지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이라 기일이 있을 때 형님과 약속을 하고 같이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형님이 다니고 있는 그 회사도 어렵단다. 언제 팀이 없어질지 모르겠다고 한다. 내가 채용사이트를 보다가 친구의 매형이 대표라서 내가 그 친구와 친하지도 않은데 면접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해서 형님은 그 회사 면접을 봤다. 그런데 형님이 그 회사에 들어갔으면 지금까지 다녔을 텐데 아쉽게 내 탓이었는지 어떤지 채용이 되지 않았다.
나의 5년 후를 바라보게 된다.
형님과 그렇게 자주 연락을 하지는 못하지만 얼마 전에는 형님의 일이 끊겼다고 한다. 나보다 형님의 나이가 5살이 많아 지금 형님은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고 있는데, 내가 5년 후 애들이 중학생인데 직업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학원비가... 하나라도 안 보낼 수도 없고
얼마 전에 회사에 감사를 나왔을 때 회계사님의 딸이 고3이라 이번에 수능을 봤다고 한다. 내가 회계사님에게 "요새 선행은 얼마나 해요?"라고 물어봐서 회계사님 아내 분이 선생님인데도 회계사님의 딸은 학원을 많이 다녔다고 한다. 회계사님 딸은 공부를 잘하겠지만 고1 때 고3의 과정을 다 끝냈다고 한다. 회계사님 자신도 그렇게 학원을 다니지 않았지만 중 고등학생이 선행을 하러 학원을 다니는 게 이미 고착화된 문화가 되었으며 부모가 독학의 리스크를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아들이 2명이고 쌍둥이라 한 번에 교육비가 2배로 들기 때문에 지금 학원을 안 보내고 있는데 나중에 중학교 시험 보고 결과가 안 좋았을 때 멘탈이 온전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된다.
나도 이제 부모님들이 느꼈던 애환을 느끼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소를 팔아서라도 자식 공부를 시키기 때문에 교육열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의 사교육을 회피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아들이 "나는 왜 공부 안 시켜줬어?"라고 했을 때 내가 "공부는 혼자서 하는 거지"라고 강하게 밀어붙이기에는 내가 그동안 공부의 성과가 없었다. 그래도 애들에게 비용을 들여서라도 아쉽지는 않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우선은 5년 뒤에 학원비는 차치하고 내가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5년 후에는 내가 다른 회사에서 부장님의 타이틀을 달 수 있을까? 가 장기 목표 중의 하나이다.
내가 회사에서 '금쪽이'처럼 행동하는 것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지금 회사에서 계속 버티면 결국 '물경력'만 될 것 같아서, 차라리 이직해서 제대로 정착하는 게 내 커리어의 관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