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충원은 이성과 감성의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정확한 헤드카운트는 잘 모르겠다.

by 정훈보

내가 다니던 게임회사는 중남미에 한국게임을 유통하는 회사였고 중남미 유저들이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게임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직원은 10명이 되지 않았고 대표이사는 직원들을 짜내고 짜내도 영업이 잘 되지 않았으며 이 게임회사는 정부과제가 아니었으면 사실상 회사에 현금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회사는 성장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게임을 중남미에 런칭하기 위해서 개발사의 매니저를 직접 유통사인 직접 우리 회사의 실장님으로 영입했다. 그런데 이 분의 연봉은 직전 회사의 연봉을 맞춰줘야 했기 때문에 기존의 이사님의 급여는 그냥 앞질렀고 대표이사와 육박했다. 이 실장님은 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았으나 영문과 출신으로 게임회사에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실장님이 오고 일이 많아졌다.


이 실장이 주도하는 게임을 런칭하기 위해 기존 직원들은 밤낮없이 야근하며 총력을 기울였다. 원래 대표님은 사람을 뽑는데 인색했지만 이 실장님의 적극적인 대표 길들이기를 통해서 개발자도 한 명 뽑게 되었는데 최고급 모니터와, 맥북, 독까지 급여 이외에도 당시 400만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결과적으로는 런칭한 게임이 잘 되지 않아서 이 개발자는 본인이 개발 중이던 가지고 있는 카지노 게임까지 오픈했지만 결국에 그 게임도 유저가 없어서 실업급여를 받고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그 개발자는 회사를 나갈 때 회사가 지급했던 맥북 독까지 다 가져갔다. 그리고 브라질 직원을 한 명 채용하는데 나는 브라질 직원 비서였다. 비자와 관련된 행정 일은 모두 나의 일이었고, 4대 보험과 관련된 콜센터 상담도 내가 대신해 주었다. 이 브라질 직원은 회사의 별로 일이 없는데도 나보다 연봉이 1.5배나 높았다. 결국에는 이 실장님이 생각한 대로 회사는 굴러가지 않았다.



이 실장님은 정치인이었다.


이 실장님의 업무 방식은 조금 달랐다. 실장님은 업무지시할 때 사전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실무진은 배제하면서 할 일을 메일로 통보하고 언제까지 하라고 한다. 그리고 의사소통은 대표님과 이사님과만 이야기하였다. 실장님은 밤새 근무를 한다는 명목하에 오후에 출근을 하였다. 나는 실장님과 이사님이 혈맹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사님이 이 꼴은 못 보겠던지 이사님이 나에게 근태 관리 앱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확히 기록하라고 지시했을 정도였다.



그 이후 급여체불이 지속되었다.


결국에는 직원 급여가 밀리게 되어서 결제사의 모든 돈을 끌어와도 직원 월급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이사님 아내 분의 이름으로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쓰고 대표의 지인 다 끌어와서 회사의 채무가 많아졌다.


지금 회사도 비용대비 효율을 지나치게 따진다.


예전에 게임회사에서 대표님이 나에게 "네가 우리 회사에 와서 연봉의 10배에 달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라고 했을 때 대표님의 특성을 느낄 수 있었다. 사업성이 없는 회사에서 10배의 값어치를 하려면 나는 일당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회사도 팀장님이 경영자적 관점에서 비용대비 효율을 지나치게 따지는 탓에 사람 뽑는 것에 상당히 인색하다. 팀장님에게 이미지가 좋았던 동료차장님이 같이 일 하도록 실무인력을 2년 동안 뽑아달라고 해도 결국에는 꿈쩍하지 않아서 사람을 뽑지 않았고 동료차장님이 나간 후 기존의 인력으로 대체해서 일을 하고 있다.


사람 채용이 실질적인 헤드카운트 관리라기보다, 개인의 안위를 위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참 난감하다.


지금 회사에서 신사업팀은 수익이 없고 비용이 들어가는데 위에 게임회사의 예를 든 것처럼 사업이 잘 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신사업팀은 경영진에 적극적인 어필을 하여 인원 충원을 하고 있는 상태이고 동료차장은 팀장님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았음에도 충원이 되지 않아 결국 퇴사를 결정하였다. 회사는 어려운 상황인데 회장은 이제 와서 회계팀의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경영진은 본업보다는 금융상품 투자와 같은 외적인 수익에만 몰두하고 있다.

동료차장의 퇴사 후 그 차장이 했던 일을 충원 없이 팀원들이 그 일을 다 나누어서 하고 있다. 결국 팀장님은 자신이 실무를 하지도 않으면서 실무진에게 던지기 수법을 통해 우리 팀의 일을 다 떠맡기고 있다. 팀장님은 실무진을 전혀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경영진에 인원이 필요하다고 어필하지 않는 모습에 회의감이 몰려왔다. 일은 일대로 해야 하고 팀의 융화를 중시하는 팀장님의 골프강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하다. 내가 다닌 전회사 현회사 두 회사 다 원천기술은 없었고 투자도 적게 하고 열정적으로 일한 직원들을 소모품 취급하며 짜낼 궁리만 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 경영진이 대여 및 투자 명목으로 현금이 유출되어 회수하지 못한 돈만 30억이 넘으며 다른 회사 상장시킨다고 거래처 몰아줘서 다른 회사를 도와주고 있다. 회장 개인을 위해 리스한 차량이 4대나 된다. 그중에 회장님이 주로 이용하는 차는 벤츠 마이바흐이며 이를 리스해서 그 리스료만 월에 350만 원이다. 독자적인 기술력도 없으면서 실체 없는 기술을 내세운 언론 플레이로 주가 부양에만 열을 올리는 경영진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 기업들이 원래 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것인지 깊은 회의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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