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고 싶으면 늦게 간다던데?
31살엔 결혼했을 거라 생각했어
싱글인 나에겐 남친 못지않은 사랑스런 친구들이 있다. 일명 탱자나무, 편백나무, 치자나무(송 씨, 편 씨, 최 씨 어쩌다보니 나무들). 가장 힘들 때도, 좋을 때도 함께해 준. 가장 힘든 순간 이런 친구들이 있단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그런 소중한 인연. 우리는 대학교 동기로 만나 다른 곳에서 군생활을 했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현재는 서로 다른 일은 하고 있다. 탱자는 어느 새 결혼 1년 차, 육아 6개월 차 어엿한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31살이면 결혼도 이미 했고, 육아하고 있을 줄 알았다..? 빨리 결혼하고 싶어 하면 늦게 간다던데..? 그게 나인가 봐. -치자나무(봉주르 진) 왈-
그렇다. 셋 중에 가장 빨리 결혼하고 싶었던 나는 어느덧 연애는 휴식 3년 차를 꽉 채우고 결혼은커녕 연애와도 거리가 있다. 30살인 작년, 이러다 결혼 못하는 거 아냐! 속으로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모른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하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꿔왔는데 현실은 일과 결혼한 느낌이다. 소개팅은 했지만 미국에 가겠다는 마음으로 공부에 전념했고, 합격하고 나선 미국에 간다는 들뜬 마음과 출국준비 모든 게 겹쳐 연애는 뒷전이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던데… 남은 건 이력에 남은 몇 줄뿐이라는 생각에 허망함이 몰려왔다.
이력에 남은 몇 줄이 그만큼 가치가 있었던 걸까? 날 알아봐 주던 사람과 몇 번이라도 만나봤어야 하지 않았을까? 늦어버린 후회와 아쉬움은 물밀려 오듯이 하루에도 몇 번씩 몰려왔다. 그때 만난 사람들은 어느새 가정을 이루었단 소식만 들려올 뿐이었다. 어느덧 연애와 결혼은 사치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어디에 있나 내 인연. 이러다 혼자 일만 하다 30대를 보내는 건 아닐까 잡다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문득 그런 내게 나무들이 말했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말라고, 충분히 너만의 속도로 잘 해내가고 있는 거라고.
그러다 보니 조금씩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보단 가진 것에 집중하기로. 결혼과 연애 대신 커리어와 공부를 선택했고 미국에서의 자유로운 삶을 살아 볼 수 있었다. 또한 지금의 여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31살의 연애는 20대 때처럼 누군가를 만나기도, 그럴 기회도 흔치 않은 요즘. 더욱이 누군가의 청첩장이 끊임없는 쏟아지는 요즘. 아쉬움 가득한 31살이지만 언젠가 만날 그분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내 삶을 가꾸어 나가는 준비를 하고 있는거라 애써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다만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제는 그 순간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공부도 일도 사랑만큼 중요하지 않다 생각했는데 정작 31살의 나는 연애세포 대신 이성세포만 남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끔은 기절했나 사라졌나 싶은 연애세포는 언제쯤 깨어날라나? 인생은 타이밍이라던데 다음엔 공부타이밍 대신 꼭 연애타이밍을 잡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