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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르진 Feb 22. 2023

살고 싶지만,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아

영어시험을 본 이유

살고 싶지만,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이 또다시 찾아왔다. 마음의 허기짐을 채우고 싶어서인지 먹기만 했다. 아무것도 안하는게 아니라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폭식 또는 무기력을 겪고있는 사람이라면…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머리로는 이렇게 살면 안된다 안된다하는데 몸은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걸까..막막한 감정. 감정과 폭식에 잡아먹힌 듯, 이 무기력의 끝은 있을까. 부상으로 운동을 쉬어야한다는 의사선생님의 통보에 남았던 의욕마저 사라졌다. 당장이라도 쉬어야하는데 일때문에 쉴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함만 커져갔다. 일이 뭐라고..

- By Plan A fitness -

퇴근후엔 우걱우걱. 마음의 외로움과 허기짐을 대체 할 수 없는 음식으로 채웠다. 먹다지쳐 쓰려져 불쾌함과 함께 잠이들기 일쑤였다. 나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 매일매일 나를 포기한 듯 누워있다보니 무언가 하고 싶어졌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게 있을까? 무작정 종이에 써내려갔다.

‘운동 X,폭식 그만두기 X, 친구 만나기 X, 여행가기 X, 영어공부하기…O’ 유일하게 나온 동그라미 한개. 뭐라도 해야만 했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무작정 시험을 신청했지만.. 시험 전날 지속되는 폭식과 스트레스로 다시 한번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말았다.


결론 : 이번시험 포기하자. 몸과마음이 안따라주는데 시험을 봐서 뭐하지.. 결과도 뻔한데? 진짜 망했다.


게으른 욕망쟁이. 나를 표현 할 수 있는 말 그 자체였다. 시험을 포기하자니 진짜 다 포기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무작정 택시를 타고 시험장으로 갔다. 나를 집어삼키는 무기력에 반항하고 싶었다. 아니 해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였으니 말이다. 오픽 시험장에 도착하니 막상 오기가 생겼다. 이왕 온거 폭식증과 무기력 사이에서도 2주동안 한게 있으니 그냥 후회없이 말해보자고. 그리고 일주일뒤에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기력함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업무를 하다 문득 발표일자가 떠올랐다. “점수오류 났나?” 생각했던 점수보다 더 높게 나왔다. 정말 점수가 오류난 줄 알았다. 폭식과 무기력 사이에서 단 한개라도 해낸 스스로가 놀랍기도 했다. 뭐라도 해냈다는 안도감. 무한의 괴로움에서도 꿋꿋하게 시험을 본 내 자신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복잡함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살고 싶지만,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무작정 침대에 누워 쉬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다시 편 영어책으로 조금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인 하루끝에 아무것도 하지않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다면 당장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봤으면 좋겠다. 노래를 듣던, 산책을 하던. 그것조차할 수없다면 누워서 그냥 쉬어보기라도.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뭐라도하고 싶은 순간이 한번은 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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