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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환 리포트] 배제된 이별

심리학 용어인‘동정심 피로’는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 대해 시간이 흐를수록 동정심이 약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공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감정은 물론 신체적으로 지친 상태인 것이다. 미국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찰스 피글리는 논문을 통해 동정심 피로에 이르게 되는 과정과 변인 모델을 소개하며‘공감 능력’이 높을수록 동정심 피로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눈물은 공감을 전제하지만 선명한 자국도 남기기에 수긍이 간다. 공감 능력의 크기를 떠나 모든 인간은 타인에게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공감의 총량은 언제나 제한적이다.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삭막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2년이 넘게 코로나19로 만연된 사회적 피로는 사회적 공감과 관계를 약화시키고 있다. 위중증 환자는 천 명에 가까워지고 사망자도 사천오백여 명이 넘어서며 세계 평균을 넘어서고 있다. 오미크론 출현 이후 상황은 악화일로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확산되는 확진자의 규모에 국민의 시선은 무감각해지고 있다. 펜데믹이 가져온 공포의 익숙함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죽음의 이별마저도 고립된다.



정부의 방역수칙에 따라 코로나로 확진되어 사망한 이들은 가족 곁에서 임종도, 장례도 함께하지 못한다. 인륜마저 저버린 가슴 먹먹한 현실은 코로나19가 가져온 불행이다. 허락된 추모도 없기에 배제된 이별이다. 환자가 사망하면 시신은 비닐 백과 시신 백에 겹겹하게 밀봉하여 병실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방역 당국의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지침에 따라 염이나 입관식은 생략된 채 사망한 당일 서둘러 화장된다. 감염병 환자 사망 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에 의해 사망 24시간 경과 전 화장 처리를 준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유교에서는 사람이 살면서 겪는 중요한 네 가지 예식을 관혼상제(冠婚喪祭)라 하였다. 이중 상례(喪禮)는 효(孝)로써 낳고 길러준 부모의 임종을 대비해 수의와 관을 준비해 두는 자식을 효자라고 칭하였다. 시간이 흘러도 그 풍속은 여전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최소 3일장을 치르며 떠나간 고인을 애도하고 마지막 길을 함께하지만 코로나 확진 사망자는 그럴 수조차 없는 것이다. 고인은 사망 후 가족의 애절함을 뒤로하고 한 줌의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긴 후에야 비로소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이별의 시간'마저 박탈된 전대미문의 '코로나 장례'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방역당국의 우려와 달리 시신으로부터 코로나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는 사실상 없다.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의 발표가 그러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역시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는 유가족의 바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화장’지침을 지속할 근거가 부족하고, 유족의 애도 기간도 절실하지만 사회적 논의는 채 여물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사망자 장례를 위한 시설 부족도 논의를 가로막는 원인이다. 장례식장에 감염병 시신 보관용 냉장고, 환기 시설이 갖춰진 독립된 염습실, 보호구 탈의 공간, 의료 폐기물 보관 시설 등이 필요하지만 충족된 시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안전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근무자들에 대한 교육, 지원책 제시도 선행돼야 하지만 지원은 전무하다. 사망자는 늘어나는데 죽음을 떠나보낼 사회적 채비는 부재된 것이다. 



코로나19의 공격으로부터 지난 2년간, 백신과 치료제에 천착했지만 여전히 안타까운 죽음의 수는 많아지고 있다. 방역의 그늘에 가려 천륜마저 저버리는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일 언론을 통해 전해져 오는 코로나 확진자와 위중증자, 사망자의 수를 보며 무디어져 가는 우리의 시선은 어디 있을까. 혹여 '동정심 피로'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배제된 이별만큼 세상에 가혹한 일이 어디 있을까. 그 가슴 저미는 일이 누구에게도 올 수 있다면 확진 후 사망자와의 이별에 대해 예의를 갖출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시급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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