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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스카 Apr 21. 2022

5도2촌 라이프, 그래서 어디서 살 것인가?

생애 두 번째 부동산 계약을 강릉에서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에어비앤비의 슬로건


‘대단한 무언가를 보기 위해 떠나온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도 아니지 않게 여기게 되는

그 마음을 만나기 위해 떠나온 것이다.’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중


별일 없이 사는 그 일상이 좋아서 특별하게 목적지를 찍지 않고도, 관광객들이 찾는 맛집을 찾지 않아도 되는, 그런 평범한 주말을 보내는 일을 강원도에서 하면 어떨까? 그곳이 여행지가 아닌, 나의 집이라면 어떨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던 광고 문구와 어딘가에서 읽은 책의 문장들이 이 생각을 끄집어냈다.

그렇게 5도 2촌의 로망이 시작되었다.


작년부터 한 달에 한 번은 강원도에 호텔, 독채 펜션, 캠핑장까지 주말이면 강원도를 향해 달려가는 나를 보면서 주변에선 ‘강원도에 집 산거 아니지?’라고 묻곤 했다. 매달 강원도를 못가면 병이라도 날 것처럼 다녔다. 나는 그 반신반의하는 질문을 듣고는 처음엔 웃다가, 다음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게? 이참에 강원도에 집을 장만해야 하나…?’ 그 마음은 그러다가 종래에는 ‘Why not?’이라는 지점에 도착했다.


그러다가 부동산이라는 현실적인 고민과 싸웠다. 아무리 내가 강원도를 좋아한다 한들, 무주택자에서 1주택자가 되는 계기가 강원도 아파트가 될 수는 없었다. 서울에 집도 없는데..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이란 또래 젊은이들의 큰 숙제이자 온 국민이 모두 매달리는 그런 이슈가 아닌가. 대선의 가장 핫한 화두도 부동산 정책이었으니까. 서울도 아니고, 경기도도 아니고, GTX 호재가 있지도 않은 아주 생뚱맞은 강원도에 첫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설득할 수도 없는 결정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무주택자의 카드(?)를 이곳에 쓸 수는 없었다.

(현재 부동산 정책 상, 무주택자가 생애 첫 주택을 구매할 경우, 분양, 대출 등에서 혜택이 있다)


그래서 강원도에 세컨하우스를 갖겠다는 목표는 몇 년 이후로 곱게 넣어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매달 강원도 여행을 가면서 쓰는 숙박비는 적지 않았고, 그 숙박비에 조금만 보태면 강원도에 내 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향을 바꿔서 월세로 구할 수 있는 집을 찾기 시작했다. 잃을게 없다고 생각하면 대담해 질 수 있으니까.


외지인이 강원도에서 집을 고를 때 기준은 명확하다.


오션뷰냐? 아니냐? 


최근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집값을 외지인이 다 올렸다고 하는데, 부동산에서 들은 이야기도 그러했다. 서울 사람들은 바다만 보인다고 하면 덥석 덥석 산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여기서 자녀 교육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닌데 학군이나 학원가가 무엇이 중요할 것이며, 주말에만 올 것인데 주변 인프라가 뭐가 중요하냔 말이다. 이제 좀 살만해진 대한민국 사람들이 강원도에 가끔 와서 기대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일 것이며, 파아란 바다일 것이다. 고로 그 동네는 기존 부동산 입지 분석을 할 때 적용되는 초품아라든지 슬세권이라든지 하는 이야기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월세로 집을 구하는 사람 입장은 돈을 기준으로 삼고 도시를 훑었다. 그나마, 그중에서도 동쪽에 가까운 지역을 중심적으로 봤다. 바다에서 가까운 쪽에서 좀 더 서쪽으로 움직였다고 할까나. 목표 도시는 양양과 강릉이었다. 평소에도 가장 자주 여행을 가던 도시였다. 지도 맵을 열고 해안가 쪽에서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움직이면서 매물을 훑었다. 아무래도 서울처럼 대단지 아파트들이 있지 않은 지역을 보다 보니, 매물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 곳도 많았고, 괜찮아 보이는 매물도 부동산에 전화를 해보면 이미 거래가 된 상태였다.


한번 꽂히면 해내고야 마는 성격을 가졌기에, 가격도 위치도 괜찮아 보이는 월세집이 나가버리는 일이 생기니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도 부르짖는 ‘내 집은 어디에 있나’ 상태가 되어 갔다. 한 달에 한 번은 강원도를 가면서, 갈 때마다 집을 2곳 정도를 봤다. 직접 집을 보고 나니 대략적으로 내가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좀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직접 보고 감을 익히는 것은 중요하다.


사실 제한적인 월세 예산을 가지고 구할 수 있는 집 자체가 많지 않았기에, 몇 가지 옵션 중에 타이밍과 집 상태가 괜찮은 곳을 고르는 일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남은 고민은 월세 15만 원 차이를 두고 일어났다.


강릉 시내에 가까운 초당의 원룸형 아파트 VS 해변에서 가까운 주문진 지역의 원룸형 아파트


그렇게 얻어낸 강릉집 오션뷰 돈을 오래오래 벌고 싶은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내가 고른 집은, 외지인들과 같은 이유에서 해변에서 가까운 바다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주문진 지역의 원룸형 아파트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월세가 더 나갈 예정이지만 집에서 슬리퍼 신고 해변을 나갈 수 있는 곳이라니 서울에서 와인을 덜 사 마시면 되겠다 생각하며 결정했다. 그렇게 생애 두 번째 부동산 계약서를 강릉에서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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