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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스카 Apr 25. 2022

동해가 마당, 마당이 동해

5도2촌, 마당을 즐기는 방법

가벼운 캠핑 의자 하나를 강릉집에 두었다. 날씨가 조금씩 따뜻해지면서 언제쯤 의자를 들고 해변으로 나갈지 날씨만 살폈다. 3월 그리고 4월이 되면서 확실히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었다. 아침에 산책을 하는데 바람도 잔잔하고 햇살은 초여름 볕이다. 이정도 날씨면 마당에서 일광욕을 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섰다. 강릉집의 마당은 동해다. 모래사장이 아주 넓진 않지만, 아담하고 조용한 해변이다. 그래서인지 서핑이나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없는 곳이다. 아침이면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주민들이 산책을 하고 어업을 준비하는 곳이다. 나같은 여행자들이 어슬렁 산책을 하는 조용한 해수욕장이다. (성수기의 이곳을 겪어본 적이 없어 여름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맨발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볕을 가려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캠핑 의자, 텀블러에 담은 커피 그리고   권을 들고나갔다. 여행자들이 일어나기  이른 시각이다. 8시에도 벌써 태양은 해야  일을 하고 있다. 파도는 쉬지 않고 있다. 슬리퍼 사이로 모래를 느끼며 자리를 잡았다. 들고  책은 하필이면 남편을 독살하려고 했던  여자의 이야기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느끼는 여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니 시간은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강릉으로 2촌을 하러  나와도 조금은 접점이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주인공은 결국 시골을 떠나 파리로 갔다.  시골을 찾아 왔다.



움직이지도 않고, 텍스트와 수평선을 번갈아 보고, 가까이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듣다보면 물아일체의 순간이 찾아온다. 아무도 날 찾지 않고, 그저 이 바다와 태양과 나만이 존재하는 느낌. 투명한 바닷물 속엔 미역이 둥둥 떠다닌다. 파도에 온 몸을 맡겨버린 그 존재는 자기 자신을 주장하지 않는 듯 그저 세상에 자신을 툭하고 던져버린 것 같다. 서울에서 한껏 긴장한 목과 화난 승모근을 생각하면 미역의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이 부럽다. 나는 왜 미역처럼 살지 못할까? 툭 던져버리는 순간 거품 속으로 사라져 버릴까 두려운 것 같기도 하다. 무거운 생각은 그만하고, 맑은 물을 보고 있으면 미역처럼 풍덩 빠져 둥둥 떠다니고 싶어 진다.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어느 날은 의자 하나, 책 한 권, 커피 한 잔에 맛있는 휘낭시에 하나를 들고 나왔다. 해변가에 원두를 직접 로스팅 하는 핸드드립 카페가 몇 곳이나 있어서 커피는 실패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오후도 잔잔한 바람과 청량한 파도 소리가 반기는 곳이다. 강릉집의 마당이다. 언제든지 가벼운 차림으로 나올 수 있는 곳. 아무것도 안하고 멍 때리기 좋은 곳이다. 모두를 위해 열린 공간이다.



우리 집 마당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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