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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보경 Aug 23. 2023

비가 온다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비가 온다.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의도적인건 아니었으니 챙기지 못했다가 맞으려나. 아무튼, 다시 챙기기 귀찮아 그냥 비를 맞기로 한다. 옷이 조금 젖었다. 기분 나쁜 축축함은 아니다. 자유를 얻은 양 손은 온전히 빗방울의 중력을 느낀다. 흙과 풀 냄새가 콧 끝을 치고 들어온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시선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젖어버렸고, 더 젖을테니까. 이상한 날이었고, 다시 올 지 모르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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