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비가 온다.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의도적인건 아니었으니 챙기지 못했다가 맞으려나. 아무튼, 다시 챙기기 귀찮아 그냥 비를 맞기로 한다. 옷이 조금 젖었다. 기분 나쁜 축축함은 아니다. 자유를 얻은 양 손은 온전히 빗방울의 중력을 느낀다. 흙과 풀 냄새가 콧 끝을 치고 들어온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시선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젖어버렸고, 더 젖을테니까. 이상한 날이었고, 다시 올 지 모르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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