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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Feb 06. 2022

차,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서양식) 홍차 입문 붕당논쟁에 대한 나름의 결론

요즘 들어 차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이 예전보다는 조금 늘어났고, 관련된 책도 조금씩 출판되고 있다. 중국식 다도가 인스타그램적으로 그럴싸해보여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 매일 커피만 마시던 사람이라면, 차 자체는 여러 모로 서양식 홍차로 입문하는 게 유리하다. 아무래도 구하기 쉽고, 품질 관리가 잘 되어서 어디서 눈탱이 맞을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차를 우리는 방법도 굉장히 간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좋은 가격에 호불호 없는 입문차가 무엇인가는 나름 좀 마셨다는 사람들에게도 논쟁의 영역이다. 그래서 다들 단정적으로 추천 목록을 정리하기보다는 "개인 취향이니까.." 하고 대충 흐리고 마는데, 그 이유 및 어떤 기준을 가지고 차에 입문하면 좋을지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어느 브랜드든 무조건 있는 제품으로 알아보는 홍차의 분류

서양식 홍차는 크게 홍차맛 홍차(…)와 이파리에 과일, 꽃, 초콜릿 등의 향을 입힌 가향홍차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생산 업체마다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대부분 XXX 브렉퍼스트와 얼그레이 계열 제품은 꼭 있으며 가격도 가장 접근성이 높으니, 이 두 가지를 대표 제품으로 두면 될 것 같… 지만! 양쪽 다 한국인 입맛과는 궁합이 좀 안 맞는다는 슬픔이 있긴 하다. 그래서 늘 한줌 차덕들끼리 뭘로 커피밖에 모르는 머글을 영업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나름 유명한 짤도 생겼다.


홍차맛 홍차 -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영국인이 아침에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마시는 이유는 한국인이 출근하면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유와 얼추 비슷하다. 노동하기 힘드니 싸게싸게 카페인을 다량으로 공급하려는 용도다. 그래서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로 진하고 떫은 것이 특징이며 브랜드마다 나름 개성을 가지고 저렴한 찻잎 여러가지를 배합하곤 한다. 한국인은 우유랑 설탕을 타야 좀 먹을만하지 쌩으로 먹기는 좀 힘들다. 차 먹는 양인들의 맥심 같은 것이라 해 두자.


품종으로 구분하는 홍차맛 홍차들

아쌈

실론

다즐링

커피도 좀 고급으로 가면 원두별로 구분하는 것처럼 차도 차나무 품종별로 구분한다. 여러 찻잎을 섞은 잉블보다는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지지만 대부분 괜찮다는 브랜드에서 구매해도 우유와 설탕 없이 맛있기 쉽지 않다. 셋 중에서는 다즐링이 제일 비싸고 유일하게 아무것도 넣지 않고 풀떼기적 향을 즐기며 마시는 차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한국이나 일본 사람이면 그돈 주고 다즐링 마시느니 중국차 사마시면 되는 것 같긴 하다.


가향 홍차 - 얼그레이

비록 양인들의 퓨어 홍차는 설탕과 우유 없이는 맛있게 마실 수 없지만 그들은 다양한 가향을 발달시켰다. 이것이 양인들 홍차의 가성비이며 기술이며 챠밍 포인트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이 분야의 대표 차는 베르가못 오일을 가향한 얼그레이지만, 향수 쏟은 거 마시는 것 같다며 질색하는 한국인도 많다. 하지만 우유와 설탕이 없는 잉블로 시작하느니 얼로 시작하는 게 낫..지 않나?(개인 의견)

대체로 가향 홍차들은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얼그레이 계열이 제일 흔하고 저렴하지만, 한국인에게 호불호가 좀 있어서 대체로 과일이나 초콜릿 계통 달콤한 가향 쪽의 성공률이 좀 더 높다.


얼그레이 계열

베르가못 향 자체가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브랜드별 차이가 크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서 저렴한 제품부터 시작하기에도 좋다.(앗 그런데 호불호가... 하며 무한루프)

트와이닝스 - 얼그레이

https://smartstore.naver.com/twinings/products/5128045833

트와이닝스 - 레이디 그레이

개인적으로는 서양식 홍차 중 가장 싸고 맛있게 마시는 걸 지향한다면 단연 레이디 그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얼그레이보다 덜 자극적이고 약간 구수한 듯한 맛이 있다. 약 십 년 전, 트위터에 레이디 그레이 안맞으면 홍차 자체가 안 맞는 거라고 썼다가 개취의 세상에 무슨 개소리냐고 조리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아마 요즘이라면 이정도 가향차가 별로다 하면 비싸지만 중국 홍차를 한번 권해봤을 것 같다.

https://smartstore.naver.com/twinings/products/5127888641


과일, 꽃계열

강한 단맛이 나는 과일향 베이스에 꽃향기가 약간 나는 가향이 한국인에게 가장 실패가 적은 조합이지만 이런 절묘한 가향은 입문용으로 권하기엔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TWG - 그랜드 웨딩 티

풍부하게 퍼지는 과일과 꽃향에 오오 고급차는 달라! 하는 주변의 반응을 많이 얻었던 차.

http://twgkorea.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138&cate_no=42&display_group=1

TWG - 1837 블랙 티

딸기향이 아주 진하게 나는 달달한 홍차.

http://twgkorea.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153&cate_no=42&display_group=1

마리아쥬 프레르 - 마르코 폴로

풍선껌 향이 나는 마리아쥬 프레르의 대표 차. 정식 수입은 되고 있지 않지만 알음알음 인터넷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에서 제법 팔리고 있다. 현지와 가격 차이가 많이 나므로, 쉬운 방법으로 구매해본 뒤 꾸준히 마시고 싶다면 직구를 하는 쪽을 추천한다.

https://www.mariagefreres.com/UK/2-marco-polo-sublime-black-tea-blend-fruity-and-flowery-aromas-TC9181.html


위타드 - 잉글리시 로즈

장미향이 진하게 퍼지되 맛이 달아 장미 계통 홍차 중 가장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것 같은 차. 위타드는 아직 정식 온라인 매장을 내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거나 해외직구가 필요하다.

https://www.whittard.co.uk/tea/tea-type/black-tea/english-rose-loose-tea-MSTR314575.html


레볼루션 - 스위트 진저 피치

달면서 느끼하지 않은 복숭아 가향에 생강의 여운이 약간 남는 차. 미국차답게 한번에 30티백 단위로 판매하고 있고, 이 브랜드의 다른 차들은 맛이 없어서(…) 적당히 3만원 밑이면 ㅇㅋ 하고 개인 판매자에게 사 마시는 편.


카라멜, 시나몬, 초콜릿 계열

마리아쥬 프레르 - 웨딩 임페리얼

초콜릿 향이 나는 마리아쥬 프레르의 대표 차. 밀크티로 만들어먹으면 맛있어서 은근히 주기적 입소문이 도는 편이라, 정식 수입이 아닌 루트로 제법 유통되고 있다. 현지와 가격 차이가 많이 나므로, 쉬운 방법으로 구매해본 뒤 꾸준히 마시고 싶다면 직구를 하는 쪽을 추천한다.

https://www.mariagefreres.com/UK/2-wedding-imperial-classical-black-tin-100g-TC950.html


하니 앤 손스 - 핫 시나몬 선셋

시나몬향이 강렬하게 나는 달콤한 차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https://kr.iherb.com/pr/harney-sons-ht-tea-blend-hot-cinnamon-sunset-20-tea-sachets-1-4-oz-40-g/42721?rcode=ZFK449 


가성비를 찾아 떠나는 여행

한국인은 남한테 과시하기 어려운 취미를 할수록 가성비를 강렬하게 찾는 경향이 있으며 지갑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로 커피를 마실 수 없어 차를 마시기 시작한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양식 홍차는 가격이 싸면서 배리에이션이 다양하고 공산품으로서 일정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는 대신, 돈을 더 지불해도 더이상 만족도가 드라마틱하게 올라가지 않는 구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중국/대만차는 그렇지 않아서 가성비 찾던 덕후는 와장창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가격

가성비의 주축은 역시 가격으로, 한국에서 유명하거나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차들은 대략 세 가지의 구간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서양 차 브랜드들은 중국/대만 브랜드에 비해 좁은 가격 구간을 갖고 있으나, 가격 폭이 넓은 브랜드도 있고 국내 가격과 직구 가격이 다른 점이 있어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다.

대표 브랜드 : 트와이닝스, 하니앤 손스, 아크바, 아마드, 딜마

틴에 담긴 잎차 - 100g 2만원 이하

티백 - 1만 5천원 이하 (종이 티백)

종이 티백은 차가 점핑할 공간이 적어 같은 제품이라도 찻잎을 더 쪼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영국 브랜드는 제법 비싸도 종이 티백을 쓰는 게 짤없는 점이다. (위타드, 포트넘 등)

대표 브랜드 : 위타드, 포트넘 앤 메이슨, 로네펠트, 루피시아, 오설록

틴에 담긴 잎차 - 100g 2만원~3만 5천 원

티백 - 1만 5천원 ~ 2만 5천원 (나일론 재질의 삼각 티백)

내가 티백 맛을 안 느낄 수 있는 범위가 대체로 여기까지인 듯.

대표 브랜드 : TWG, 마리아쥬 프레르, 쿠스미 티

틴에 담긴 잎차 - 100g 3만 5천원 이상

티백 - 2만 5천원 이상 (모슬린 티백)

진짜 비싼 티백만 이 재질을 사용하며, 미세플라스틱에서도 대체로 안전한 편이다.

접근성

쉽게 구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포인트로, 해외직구가 필요한 경우 별도의 보이지 않는 가격으로 작용한다. 접근성 역시 역시 세 가지의 구간을 가지고 있다.

대표 브랜드 : 트와이닝스, 오설록, 아크바, 아마드, 딜마

마트나 다수의 국내 정식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적정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해외 직구가 불필요하다.

대표 브랜드 : 위타드, 포트넘 앤 메이슨, 로네펠트, 쿠스미 티, TWG

정식으로 수입되나 수도권이나 백화점에만 적은 수의 매장이 있고 현지가 대비 가격 차이가 크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직배송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해외직구가 활발하다.

대표 브랜드 : 마리아쥬 프레르, 루피시아

정식으로 수입하지 않으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직배송이 원활하지 않아 구매/배송대행 업자를 끼고 직구를 하거나, 다소 비싼 가격으로 개인 판매자에게 구입해야 한다.


품질

가성비의 “성”을 차지하는 부분인데, 기호식품인 만큼 당연히 취향도 들어갈 수밖에 없고, 개인적인 판단도 다를 수 있다. 보통 찻잎 자체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떫고 쓴맛이 적고 부드러운 것, 가향을 했을 경우 천연 재료로 만든 향을 좋은 기술로 배합해 입혔을 때 품질이 좋다고 인식된다.


요약

1. 한국 사람의 입문차로는 과일, , 초콜릿 가향차가 얼그레이나 홍차맛 홍차보다 성공률이 높다.(다만 양인의 표준은 얼그레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라 호불호가 적다고 해도 가격대가  높다. 비싼 기호식품 사라고 권했는데  맞으면 낭패라 딱 찍어 권하기 애매하.)

2. 홍차맛 홍차는 우유와 설탕을 끼고 시작해 보자. 일단 우려본 다음 맛이 없다 싶으면 맛이 있어질 때까지 우유와 설탕을 msg와 소금 치듯 넣으면 된다.

3. 가향이 없는 높은 품질의 클래식 티는 중국/대만에 있다. 서양식 홍차는 접근성이 좋고 가성비가 높되, 품질 지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는 중국/대만차가 주력이 되었지만 서양식 홍차를 통해 차에 익숙해지고 나름의 기준을 만든 뒤 넘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ea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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