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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Sep 13. 2022

냉침차 우리는 데도 타이머가 필요해

서양차 마실 땐 몰랐던 것

어떤 책이나 매뉴얼을 읽든, 보통 차를 냉침해서 마실 땐 그냥 적당히 8시간 이상 하라는 쪽이 많다. 아무래도 서양식 가향차로 시작한 차생활이다 보니… 이쪽은 대부분 8시간 우리나 16시간 우리나 큰 차이가 없게 느껴졌다. 그런 이유로, 오랜 시간 나의 냉침법은 1L 주전자에 다시백 중자에 티백을 10g 넣고 냉장고에 시간 신경쓰지 않고 재워두는 것이었다. 자기 전에 쟁여놓고 자고 일어나서 먹는 경우가 제일 많았던 것 같다. 남으면 다시백을 빼지 않고 하루종일 냉장고에 두고 또 먹는다. 이 방법이 그럭저럭 내가 좋아하는 대만 청향우롱들까지는 그럭저럭 통했다.


중국에서 차를 떼먹을 수(…) 있게 된 지 그럭저럭 3년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차들을 냉침해먹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온침을 하나 냉침을 하나 어차피 1g에 100ml 우려먹는 것은 비슷하다. 중국식 다기로 우려도 찻잎을 많이 물을 적게 시간을 짧게 해서 여러 번 우리기 때문에 결국 차 무게당 섭취하는 찻물의 양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어렵게 우린 따뜻한 차는 음미하며 마시지만, 머그컵에 따른 냉침차는 물 마시듯이 크아~~~ 하면서 꿀꺽꿀꺽 마셔 버리는 데다, 90년대 식사에 보리차 먹듯이 곁들여 먹으니까 차의 향과 맛에 집중하지 못하기에는 좀 가격이나 그 차가 원래 가지고 있던 풍성한 향과 맛이 아깝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것도 그렇지만, 이상하게 근본적으로 중국차들은 냉침하면 뭔가 떫고 비린 맛이 났다. 아무렇게나 냉침해도 온침보다 마실만 했던 건 대홍포, 특히 가격이 저렴한 종류 정도? 그래서 중국 차들은 냉침하면 맛이 없나보다 아쉽네… 이러고 있었다.


하지만 올 여름은 달러가 비싸져서 새 차를 사기가 애매했고 이미 사둔 차들이 비싸든 말든 찬물에 풍덩풍덩 담가먹기 시작했다. 정산당 공식몰이 구성을 좀 더 갖추어 리뉴얼하며 냉침차 우리는 법 https://lapsangstore.com/pages/how-to-make-cold-brew-tea 이란 페이지를 냈는데, 그에 의하면 중국차들은 이제껏 내가 우렸던 시간보다는 좀 더 짧은 냉침 시간이 필요했다.


녹차 : 2시간

백차, 우롱차(대만우롱 포함) : ​4시간

꽃가향차(자스민티 등) : 3시간

홍차 : 8시간


냉침 시간에 신경쓰지 않았던 건 기본적으로 찬물에서는 차가 천천히 우러나기 때문인데… 확실히 이 차들의 맛이 우림법에 좀 더 예민한 점이 있다. 진짜로 타이머를 걸고 시간에 딱 맞춰 다시백을 빼서 마셔보니 온침차를 마셨을 때의 내가 기대했던 냉침차의 맛이 났다. 또 초콜렛처럼 딱딱하게 압축한 긴압차들은 다시백에 넣지 않고 우렸더니 더 나은 맛을 냈다. 그래서 차 재고를 쭉쭉 떨어뜨릴 수 있었다. 원래 티팟 전체를 돌아야 맛이 난다 그런 말은 뜨거운 티팟에서나 통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냉침 시간이 짧아지다 보니 더 많은 차를 마시게 되었고, 특히 녹차는 올해 산 건 내년까지 넘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희망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 냉침차를 즐긴 지 십수 년은 되었지만 한 번도 방법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역시 멀쩡한 차가 맛이 없으면 내가 잘못 우린 탓이라는 걸 알게 된다. 또 우리는 시간에 무던했던 인퓨전이나 대만 청향 우롱에 조금 감사하게 되기도. 실제로 대만 책에는 그냥 4-8시간이라고 대충 되어 있어서 양인들의 가향차처럼 딱히 신경쓰지 않았었던… 나 자신…


아마도 눈치상 현지에서는 뜨거운 물에 진하게 우려 얼음으로 식히는 것이 주류 같아 보이지만 역시 게으름뱅이는 자고 일어나면 우려져 있는 냉침이 최고인 것 같다.(그럴 거면 수많은 다기는 왜 샀으며… 란 말은 삼가 주시길 바랍니다. 흑흑)

식집사 모드지만 차 재고는 원활히 소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드리며… 달러 비싸 차 못사…. 있는 걸 잘 마시자는 모임에 강제가입하였으며….

달러가 너무 비싸 11월 세일 이전까지는 외화소비 안하고 버텨볼 계획이다. 그래도 월병은 또 사먹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쿠폰으로 20달러 할인 먹여봐야 환율이 상쇄하는 시대가 도래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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