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환경적응만 잘 하면 완전 순둥 그 자체
집에서 180일(반 년) 이상 살아남은 식물의 돌봄에 대해 기록합니다.
학명 / 소속 - 마란타과 / Goeppertia Orbifolia
유통명(키워드) -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
자생지 - 중남미, 브라질 열대우림
난이도 - 약간 어려움 (인위적 습도조절 필요, 최소 60% 넘는 환경이어야 잎이 타거나 말리지 않음. 응애 및 환경변화 적응 유의)
빛 - 반음지. 창가 중 빛이 좀 덜 드는 그늘에 두어도 잘 자람.
물주기 - 흙의 1/3 지점이 말랐을 때 물이 화분 바깥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관수
흙배합 - 상토 50 : 배수용 알갱이(펄라이트 마사토 산야초 등…) 50
습도 - 높음 (70% 이상)
온도 - 16~25도 (39도에서도 별 이상 없었음)
최저온도 - 13도
성장속도 - 보통
구매처 - 초록플랜트 (온라인 구매)
구매년월 - 2022년 8월
가격 - 10,000원(화분 별도)
분갈이 - 구매 후 직접 / 이후 1회(10월)
응애가 식물을 너무 많이 사는 행위를 봉인해제하고(욕망 때문에 해충이 생기는 것이 아니구나!), 여름의 우중충한 우리집을 좋아하는 게 확실한 칼라데아가 예쁘기까지 한 데 푹 빠져버린 나는 그때부터 인터넷 식물 쇼핑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할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특히 사고 싶었던 건 몇 년 전 핀터레스트를 휩쓸었다는(그런데 나만 못 본 것 같은) 사진 속 식물,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였다.
나답지 않게 식물만은 상태를 보고 살 수 있는 오프라인 쇼핑을 고집해왔지만, 수집을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어차피 온라인 쇼핑몰에 식물을 파는 종류가 더 많으므로 언젠가는 온라인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초보가 눈으로 봐도 시장에 있는 고만고만한 개체중에 좋은 걸 골라내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니… 내가 고르나 랜덤으로 뽑히나 결국은 운이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온라인샵 중에 평판이 괜찮아보이는 곳을 하나 골라 주문을 했고, 8월의 땡볕더위를 거쳐… 인생 처음 식물 택배를 받게 되었다.
좀 사마귀(…) 같았던 하스타텀에 비해 오르비폴리아의 풍성한 비주얼은 나를 흥분시켰다!! 심지어 중품이라고 된 걸 시켰더니 15센티 플라스틱분에 뿌리가 꽉 차있는 녀석이 왔다. 비록 처음으로 농장에서 온 화분을 엎어보다가 지렁이가 나와 놀라 자빠졌지만 직접 분갈이를 했다는 게 어디?
물론 이 식물이 들어오기 전에 응애 대란을 겪은지라, 첫날은 농약 2종 샤워를 시켜주고 다소 거리가 떨어진 곳에 격리를 3-5일 시켜준 뒤 분갈이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이틀 더 지켜본 뒤 괜찮다 싶으면 자리를 잡아주고 있다. 사실 새로 들어온 식물에 뭐가 없는지 살펴보는 건 10일에서 3주정도 하는 게 좋다는데, 우리집에서 식물에 맞춰진 환경은 많지 않아 저 자리에 오래 있다가 죽을까봐 조바심을 낸 결과이긴 하다.
오르비폴리아는 칼라데아 중에서도 퓨전화이트 다음으로 까칠한 존재쯤으로 알려져있다. 이 친구의 까칠함은 근본적으로 환경 변화를 싫어하는 데서 온다.(그래도 마오리소포라 정도는 아닌 듯) 그래서 화원에서 온 잎은 금방 시든 배추처럼 고개를 떨구거나, 잎 가장자리부터 누렇게 타들어가거나, 별 일도 안 했는데 잎에 시커먼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새 잎을 잘 내는 편이니 새 잎의 세력이 충분해지면 (기능은 하고 있지만)참을 수 없이 못생겨진 구엽들을 한두장씩 잘라주면 좋다. 그럼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중습도가 부족한 가을이 되면서 오르비폴리아는 온실에 입주했고 여름만큼은 아니지만 또 그럭저럭 잘 자랐다.
그러다가 뿌리가 19호 토분에 꽉 차, 21호 롱슬릿분으로 자리를 옮겨주고 한 달쯤 지나자 더 이상 자랄 데가 없어서 온실을 졸업하게 되었다.
환경 변화를 싫어하는 오르비폴리아이기에, 그것도 한겨울에, 늘 80-90% 습도를 유지하는 온실에서 사방이 뻥 뚫린 바깥으로 나오는 것도 식물 자신에게 있어서는 큰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온실에서 나온 후 한 3-4주동안 느리게라도 내던 새 잎 생산활동을 멈추고, 잎이 덜 깨끗해진 상태로 그저 줄기를 바깥쪽으로 쩍벌하는 데 애를 쓸 뿐이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니 그렇게 바깥쪽으로 줄기 방향을 틀어 생긴 빈자리에 새 잎이 돌돌 말리며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온실 자리가 너무 좁았던 모양이지? 하면서 웃음이 나왔다.
첫 환경 적응이 어려워서 그렇지, 웬만해서 어떤 환경에도 적응해주는 훌륭하고 무던한 식물이다. 게다가 조금 유행이 지났지만, 가격도 싸고 넓은 잎장에 그림같은 무늬가 아름답다. 습도가 50% 아래로 상시 떨어져 있는 (이친구 입장의)극한… 환경이 아니라면 서로 감쌀 수 있는 이파리가 크고 많을 수록, 웬만해서는 적응해낼 것이다. 가격이 비싸지 않으니 가장 작은 사이즈보다는 나처럼 한 사이즈 큰 것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돌돌 말려올라오는 새 이파리의 귀여움을 직접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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