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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Jan 21. 2023

13.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

첫 환경적응만 잘 하면 완전 순둥 그 자체

집에서 180일(반 년) 이상 살아남은 식물의 돌봄에 대해 기록합니다.

기본정보

학명 / 소속 - 마란타과 / Goeppertia Orbifolia

유통명(키워드) -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

자생지 - 중남미, 브라질 열대우림


관리/돌봄 방법

난이도 - 약간 어려움 (인위적 습도조절 필요, 최소 60% 넘는 환경이어야 잎이 타거나 말리지 않음. 응애 및 환경변화 적응 유의)

빛 - 반음지. 창가 중 빛이 좀 덜 드는 그늘에 두어도 잘 자람.

물주기 - 흙의 1/3 지점이 말랐을 때 물이 화분 바깥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관수

흙배합 - 상토 50 : 배수용 알갱이(펄라이트 마사토 산야초 등…) 50

습도 - 높음 (70% 이상)

온도 - 16~25도 (39도에서도 별 이상 없었음)

최저온도 - 13도

성장속도 - 보통


구매 정보

구매처 - 초록플랜트 (온라인 구매)

구매년월 - 2022년 8월

가격 - 10,000원(화분 별도)

분갈이 - 구매 후 직접 / 이후 1회(10월)

2022년 8월 / 2023년 1월

응애가 식물을 너무 많이 사는 행위를 봉인해제하고(욕망 때문에 해충이 생기는 것이 아니구나!), 여름의 우중충한 우리집을 좋아하는 게 확실한 칼라데아가 예쁘기까지 한 데 푹 빠져버린 나는 그때부터 인터넷 식물 쇼핑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할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특히 사고 싶었던 건 몇 년 전 핀터레스트를 휩쓸었다는(그런데 나만 못 본 것 같은) 사진 속 식물,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였다.

이 사진은 전세계에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를 들인 사람들의 이상형일 것 같다.

나답지 않게 식물만은 상태를 보고 살 수 있는 오프라인 쇼핑을 고집해왔지만, 수집을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어차피 온라인 쇼핑몰에 식물을 파는 종류가 더 많으므로 언젠가는 온라인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초보가 눈으로 봐도 시장에 있는 고만고만한 개체중에 좋은 걸 골라내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니… 내가 고르나 랜덤으로 뽑히나 결국은 운이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온라인샵 중에 평판이 괜찮아보이는 곳을 하나 골라 주문을 했고, 8월의 땡볕더위를 거쳐… 인생 처음 식물 택배를 받게 되었다.

왼쪽이 필로덴드론 하스타텀, 오른쪽이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

좀 사마귀(…) 같았던 하스타텀에 비해 오르비폴리아의 풍성한 비주얼은 나를 흥분시켰다!! 심지어 중품이라고 된 걸 시켰더니 15센티 플라스틱분에 뿌리가 꽉 차있는 녀석이 왔다. 비록 처음으로 농장에서 온 화분을 엎어보다가 지렁이가 나와 놀라 자빠졌지만 직접 분갈이를 했다는 게 어디?


물론 이 식물이 들어오기 전에 응애 대란을 겪은지라, 첫날은 농약 2종 샤워를 시켜주고 다소 거리가 떨어진 곳에 격리를 3-5일 시켜준 뒤 분갈이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이틀 더 지켜본 뒤 괜찮다 싶으면 자리를 잡아주고 있다. 사실 새로 들어온 식물에 뭐가 없는지 살펴보는 건 10일에서 3주정도 하는 게 좋다는데, 우리집에서 식물에 맞춰진 환경은 많지 않아 저 자리에 오래 있다가 죽을까봐 조바심을 낸 결과이긴 하다.


오르비폴리아는 칼라데아 중에서도 퓨전화이트 다음으로 까칠한 존재쯤으로 알려져있다. 이 친구의 까칠함은 근본적으로 환경 변화를 싫어하는 데서 온다.(그래도 마오리소포라 정도는 아닌 듯) 그래서 화원에서 온 잎은 금방 시든 배추처럼 고개를 떨구거나, 잎 가장자리부터 누렇게 타들어가거나, 별 일도 안 했는데 잎에 시커먼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새 잎을 잘 내는 편이니 새 잎의 세력이 충분해지면 (기능은 하고 있지만)참을 수 없이 못생겨진 구엽들을 한두장씩 잘라주면 좋다. 그럼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다.

묵은 배춧잎과 새 잎

공중습도가 부족한 가을이 되면서 오르비폴리아는 온실에 입주했고 여름만큼은 아니지만 또 그럭저럭 잘 자랐다.

갓 만들어진 온실에 1번타자로 입주-!
그럭저럭 단정하고 풍성한 수형으로 잘 자랐다.

그러다가 뿌리가 19호 토분에 꽉 차, 21호 롱슬릿분으로 자리를 옮겨주고 한 달쯤 지나자 더 이상 자랄 데가 없어서 온실을 졸업하게 되었다.

분갈이 직후도 꽤 아슬아슬했었다.
점점 자라서… 온실을 졸업하게 되었다.

환경 변화를 싫어하는 오르비폴리아이기에, 그것도 한겨울에, 늘 80-90% 습도를 유지하는 온실에서 사방이 뻥 뚫린 바깥으로 나오는 것도 식물 자신에게 있어서는 큰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온실에서 나온 후 한 3-4주동안 느리게라도 내던 새 잎 생산활동을 멈추고, 잎이 덜 깨끗해진 상태로 그저 줄기를 바깥쪽으로 쩍벌하는 데 애를 쓸 뿐이었다.

힝구…(심지어 한 번 화분을 떨어뜨림)
시간이 지나니 사이사이로 새순이 나오며 풍성함을 되찾았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니 그렇게 바깥쪽으로 줄기 방향을 틀어 생긴 빈자리에 새 잎이 돌돌 말리며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온실 자리가 너무 좁았던 모양이지? 하면서 웃음이 나왔다.


첫 환경 적응이 어려워서 그렇지, 웬만해서 어떤 환경에도 적응해주는 훌륭하고 무던한 식물이다. 게다가 조금 유행이 지났지만, 가격도 싸고 넓은 잎장에 그림같은 무늬가 아름답다. 습도가 50% 아래로 상시 떨어져 있는 (이친구 입장의)극한… 환경이 아니라면 서로 감쌀 수 있는 이파리가 크고 많을 수록, 웬만해서는 적응해낼 것이다. 가격이 비싸지 않으니 가장 작은 사이즈보다는 나처럼 한 사이즈 큰 것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돌돌 말려올라오는 새 이파리의 귀여움을 직접 느껴보자.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 근황

https://plantshower.xyz/view/13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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