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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Jan 22. 2023

14. 필로덴드론 하스타텀(실버스워드)

남의 집에서 순둥이라고 우리집에서 순둥이는 아니다

집에서 180일(반 년) 이상 살아남은 식물의 돌봄에 대해 기록합니다.

기본정보

학명 / 소속 - 천남성과 / Philodendron Hastatum

유통명(키워드) - 필로덴드론 실버스워드, 필로덴드론 실버메탈

자생지 - 중남미, 브라질 열대우림


관리/돌봄 방법

난이도 - 보통 (과습 빌런이므로 물주기에 유의)

빛 - 반음지. 창가 중 빛이 좀 덜 드는 그늘에 두어도 잘 자람.

물주기 - 가장 아래 잎의 물자국이 사라지면 충분히 관수

흙배합 - 상토 50 : 배수용 알갱이(펄라이트 마사토 산야초 등…) 50

습도 - 보통 (40~70%)

온도 - 16~24도 (39도에서도 별 이상 없었음)

최저온도 - 15도

성장속도 - 보통


구매 정보

구매처 - 초록플랜트 (온라인 구매)

구매년월 - 2022년 8월

가격 - 13,000원(화분 별도)

분갈이 - 구매 후 직접 / 이후 2회(9월, 10월)

2022년 8월 / 2023년 1월

https://brunch.co.kr/@5ducks/70​ 의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와 같이 ​첫 인터넷 식물쇼핑으로 선택된 식물은 필로덴드론 하스타텀이었다.

필로덴드론 하스타텀(왼)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오)
유묘 상태로는 한마리 은청색 사마귀… 그 자체다.ㅋㅋㅋ

보통 식물초보가 특정 식물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모가 굉장히 맘에 들거나… 아니면 키우기 쉽다는 평판이 있기 때문이다.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는 전자고, 필로덴드론 하스타텀은 후자였다.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식물 유튜버 두 명이 키우기 쉽다고 그랬고, 네이버 블로그를 뒤져봐도 필로덴드론 중에서는 키우기 쉽다는 평판이었다. 무엇보다도, 자라서 성체가 되었을 때 위쪽으로 토끼귀처럼 뾰족하게 나오는 잎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위키피디아의 동 항목에 나오는 필로덴드론 하스타텀의 성체 사진.

하지만 아직도 나는… 얘가 좋아하는 광량을 잘 모르겠다. 뿌리는 과습으로 한 번 썩었다. 6개월간 새 잎은 8장쯤 난 것 같지만 전부 사마귀 모양의 뾰족잎으로, 심지어 처음 맨 밑에 있던 잎보다 좀 작다. 결국 점점 허리가 긴 은청색 사마귀 모양… 비슷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아마 젖은 것을 관리하기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지지봉으로 수태만큼은 지양하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식물 sbn님들 말로는 필로덴드론속 식물들은 줄기에 붙은 공중뿌리를 늘 젖은 상태로 지지대에 활착시켜줘야 잎이 빨리 커진다고 한다) 하지만 곰팡이… 곰팡이만큼은 너무 귀찮고 싫은 나머지 수태봉만큼은 최후의 선택지로 미뤄두고 있다.


애니웨이.


과습으로 뿌리가 썩은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이때는 분갈이를 몇개 해보지 않아서 내가 분갈이를 맞게 잘 한것인가, 여기에 식물 뿌리가 잘 자라는 건가 하는 의심을 늘 하고 있었다. 그래서 토분이 아닌 투명 슬릿분에 심어줬다. 투명 슬릿분은 뿌리가 자라는 걸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니까… 일단은 이 자체가 좀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리고 토양 측정계를 꽂아보면 흙이 늘 말라있어서, 2-3일에 한 번꼴로 물을 줬다. 저화도 국산 토분에 심긴 고무나무와 물돼지 칼라데아들이 있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은 채.

투명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주고 새순이 나니 음! 만족!

과습의 이유

1. 아무리 슬릿분이라도 근본이 플라스틱이라서 숨쉬는 토분보다는 물이 덜 빨리 마른다. 하지만 토분에 심긴 화분들과 같은 간격으로 물을 주었다.

2. 물을 자주 주는… 흙이 습습한 상태에서 반투명이기까지 하니 이끼가 잔뜩 끼어서 뿌리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반투명화분의 용도활용 실패!

우리의 막대기(토양 수분측정계)에는 죄가 없습니다.

3. 토양 수분측정기는 상토가 50% 미만일 때는 완전히 정확하게 동작하지 않는다. 다만 흙이 실제로 축축하면 뭔가가 묻어나오니 그걸 함께 봐야 한다.

4. 토양 수분측정기만 믿고 일액현상(주로 밤에 관찰할 수 있으며, 식물이 수분을 배출하기 위해 잎 끝에 물이 맺힘)이 있든 말든… 심지어는 관찰된 직후에도 물을 주었다. 경험적 통계상 밤에 일액현상이 있으면 고 다음날까지는 물을 안줘야 과습을 면할 수 있더라. 그리고 물은 웬만하면 해가 떠있을 때 주자.

5. 필로덴드론속 식물들은 근본적으로 뿌리가 좀 허접하며 과습에 다소 취약하다. 그중에서도 이 하스타텀이 좀 그런 편이란다.


그런 이유로, 아랫쪽 이파리가 누렇게 물러터지는 누가봐도 과습 당첨.

과.습.

사마귀를 부랴부랴 화분에서 꺼내 씻어낸 후 뿌리 중 새까맣고 무른 부분들을 잘라냈더니 반쯤이 정리되었다. 하단의 노랗게 무른 잎사귀도 네 장 잘라냈다.

과습이 온 뿌리를 정리하는 과정.

며칠쯤 냅뒀더니 새로운 뿌리가 그럭저럭 잘 자라는 것 같아 한사이즈 작은 13cm 토분에 심어주고 지지대의 길이도 현실적으로 조절하였다.

그랬더니 새순이 돋아났다. 살… 아나는 거?

한 2-3주가 지났을까… 새순이 나기 시작했다. 나름의 과습 처치가 먹혔나보다. 하지만 물을 준 직후부터 물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는 가장 아랫쪽 잎 서너 장 정도는 얼룩덜룩해진다. 처음에는 그렇다고 이것까지 자르면 광합성을 못할까봐 안 잘랐고, 지금은 수분 측정계 용도로 확인하고 있다.(아랫잎에 얼룩이 없어지면 준다.)

물 주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한 이후로는 식물에게 안정기가 왔다. 작은 잎이 계속 나더니 키가 어느새 제법 커졌다. 오리발시계초를 번식하다가 남은 수태를 랩으로 필로덴드론들의 공중뿌리에 감싸줬는데 하스타텀의 저 부분 뿌리가 유일하게 수태에 활착해버려 떼지도 못하고, 아무튼 좀 못생긴 이런 상태다. 그래도 잎 색상에 자르르 흐르는 펄만은 아름답지만.

식물을 조금 많이(40-50개쯤) 기르게 되면서, 좀 못생긴 상태가 되면, 안 보이는 구석자리로 미루고 관심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해와 식물등이 잘 드는 자리부터 칼라데아 존까지 여기저기 이동해봤지만 아직 딱 좋아하는 광량은 못 찾았다. 직사광선을 피하고(우리집에 그정도로 빛이 짱짱한 공간 없음) 창문을 통과한 빛으로 기를 수 있다…. 면 거의 경험적 정보치가 없는 수준인데?


이렇게 내가 삽질하며 허리가 긴 사마귀를 길러내는 와중, 가을 겨울이 되면서 이 식물은 농장에서 왕!! 커진 상태로 식물 시장에 5천원 정도의 가격으로 많이 풀렸고…. 나는 완전 작은 걸 1만 3천원에 산 것으로도 이게 뭔가 싶은데 식테크 하셨던 분들은 현타 쎄게 왔을 것 같다.


1미터 정도의 지지대를 다 오르면, 줄기에서 공중뿌리를 유도한 뒤 긴 아랫쪽 줄기 부분을 흙에 묻어(휘묻이) 한번 키를 줄이고 뿌리 부분을 좀 튼실하게 해볼 계획이다. 이제는 더 큰 개체를 5천원에 살 수 있으니 새 식물을 사서 합식이라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고. 자기 자신의 성장 속도가 있겠지 한다. 이런 초보의 손에서… 살아남은 것이 어디인가. 한편 이 식물은 필로덴드론 실버메탈 또는 실버스워드라는 이름으로 머나먼 한국의 원예 시장에서 5천원에 살 수 있는 흔한 식물이 되었지만, 자생지에서는 사람들이 원예용으로 하도 채취한 역사가 있어 멸종 위기 식물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집에서 되는 데까지는… 열심히 자라주렴. 오늘도 못생기고 길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떠밀려서 한 번의 자리이동을 했지만.


필로덴드론 하스타텀 근황

https://plantshower.xyz/view/11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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