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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eless Nov 26. 2024

ep-18.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농촌유학의 첫 위기 - 고민과 갈등 그리고 흐르는 대로


농촌으로 온 자녀들은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도시에 있었으면 한 달에 한번 있을까 하는 체험 활동이 거의 매주 진행 되었다. 시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더욱 그렇다.    


 


가을 동안 자녀들이 체험한 프로그램 들을 생각나는 대로 열거해 본다. 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향해서 생태숲 체험을 했고, 생태 텃밭에서 고구마를 수확해 와서 집에 들고 오기도 했다. 손수건도 염색해 보았고, 사과 농장을 견학하고 사과를 직접 따오기도 했다. 라면 공장 방문에서 일정이 변경되어 첫째의 아쉬움이 컸지만 초콜릿 공장에서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어 오기도 했다.      












물론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도 있었다. 인제 자작나무숲을 같이 다녀온 것이다. 자녀들은 처음에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함께하는 시간을 어색해했지만 나중에는 양쪽의 사랑과 관심을 즐기고 있었다. 학교에서 가족들과 여러 학부모들과 함께한 시간이 개인적으로도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학부모 참여 수업과 학예회도 빼놓을 수없다. 특히 학예회에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자녀 모습이 뿌듯해 조금 울컥하기도 했다. 농촌유학을 와서도 조금은 남아있던 불안감이 말끔히 사라지던 순간이었다.      



지난주에는 첫째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가기 전부터 설레하는 모습에 나까지 덩달아 설레었다. 일본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으며, 한가득 사 온 과자는 이웃들과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지난여름 서핑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은 한 달 뒤 예정된 스키 캠프에서 달랠 것 같다.  










   


학업에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방과 후 원어민 수업을 하고, 하원해서는 학습기기를 지원받아 공부하고 있다. 특히, 독서는 집에서 자연스럽게 챙긴다. 맑은 공기와 청정한 이곳에서 다양한 체험으로 매일매일 몸과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는 자녀들에게 감사하다.     


                         



농촌유학의 첫 위기 - 고민과 갈등 그리고 흐르는 대로      



최근에 개인적으로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었다.      



지난주에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식에 급히 둘째를 데리고 서울로 향했다. 첫째가 학교에서 일본으로 향한 날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자녀들의 양육을 지원해 주시기 위해 5년 전에 부산에서 서울로 오신 터였다.    


  


반년 혹은 일 년 정도 다녀오는 농촌유학까지는 별문제가 없겠지만, 시골로 이주한다면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이 부모님이다. 말씀은 신경 쓰지 말라 하시지만 연로해 가는 부모님 곁에 있지 못한다는 건 또 다른 마음에 짐이었다. 서울에서 1시간을 조금 넘는 거리라 위안을 삼고 있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집사람의 인사이동 문제이다. 우연히 선택한 숙소 펜션 그리고 펜션 사장님의 소개로 우연히 인근의 교회를 다니고 있다. 그곳의 목사님께 전후사정을 말씀드리고 기도를 부탁드렸었다. 그 덕에 어찌어찌 이쪽 기관은 이야기가 잘 되어간다. 다만 정말 이곳으로 오게 되면 다시 서울로 인사이동은 불가능하다.      



이곳에 잘 안착한다 해도 끝이 아니다. 직급의 강등도 감수해야 하며, 출퇴근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잠깐의 여행이 아니라 정착을 고민하면 오아시스도 희로애락에 절절한 현실이 된다.    


 


하루이틀 고민한 즉흥적인 선택이 아니었음에도 외적, 내적 갈등에 부딪힌다. 변화라는 동전의 뒷면은 저항이다. 우리가 선택한 길이니 장점도 누리고 단점도 감수한다는 마음으로 각오를 다졌지만 바람이 불고 추워지는 날씨와 더불어 내 마음도 휑하니 허전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다수가 살아가는 방식이 마음은 편하고 고민도 덜하다. 다들 비슷한 모습이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같은 모습이 싫어 뛰쳐나오려 마음먹었었는데, 그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해 살던 대로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이곳 산골에서도 미래를 끊임없이 계획 중인 내 마음이 문제다. 장소와 환경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문제이고, 나의 문제다. 영혼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주도적인 삶과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러운 삶이 양립 가능한 것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다시 한번 힘을 빼고, 호흡하며 한발 물러나 이번 삶의 흐름을 관찰해야겠다. 



삶이 나를 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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