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중요성
ep-29. 산골에서 꿀잠 자는 아이들.(잠의 중요성)
도시는 꼭 번화가가 아니어도 어디든지 밤이 화려하다. 늦은 밤까지 편의점, 아이스크림 할인점, 코인 세탁기 같은 상점의 간판과 불 빛으로 온 동네가 번쩍인다. 창문을 열면 펼쳐지는 단지 내 가로 등 불 빛과 인접한 다른 아파트의 거실 조명이 형형색색이다. 해가 지면 이렇게 빛 공해가 시작된다.
도시에 있을 때 자녀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열 시 열한 시가 기본이었다. 하지만 이곳 산골에서는 아홉 시면 잠자리에 든다.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달 빛과 별 빛이 전부다. 밤이 정말 밤이 된 것이다. 하교를 하고 씻고 놀다 밥을 먹고 숙제를 하면 금세 아홉 시가 된다. 잠에 드는 시간이 습관이 되어 그 시각이면 자녀들은 연심 하품을 하며 스스로 잠자리에 든다.
특별히 할게 없어진 이곳의 밤은 고요하고 어둡다. 꿀잠의 환경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규칙적인 시간에 잠들다가 가끔 도시로 가서 그 시간이 되면 자녀들이 졸려하며 정신을 못 차린다. 습관 중 가장 중요한 습관이 잠이라는 생각이다. 농촌유학을 기회삼아 나도 자녀도 일찍 자는 것을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어가야겠다.
자녀들의 잠자리에 잠시 같이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잠의 중요성
내 인생의 화두 중 하나가 잠이다. 열한 시 전에 잠들고 싶은데 잠에 들 시간만 되면 보상심리? 같은 게 작용을 하는지 꼼지락꼼지락 시간의 끝을 붙잡는다.
5년간 쓸 수 있는 일기장을 쓰고 있다. 올해가 3년 차인데 작년과 재작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아니나 다를까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11시 전에 잠들자고 다짐을 써 놓은 걸로 보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꼭 인생의 숙제 같다. 어떤 면에서는 사람이 참 변하지 않는다.
얼마 전 회복탄력성과 내면소통의 저자인 김주환 교수의 강의를 듣다가 다시금 잠의 중요성을 알았다. 교수의 말인즉슨 몸과 정신의 건강에 있어 음식과 운동을 합친 것보다 잠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공감이 갔다. 잠을 푹 잔 날과 잠을 설치거나 부족하게 장날은 다음 날 세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여유와 평온한 하루를 보낼지 긴장과 짜증이 기본인 하루를 보낼지가 잠 하나로 결정된다. 천국과 지옥이 일상에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잠의 질도 떨어지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몸의 노화와 그에 따르는 현상에는 내가 관여할 수 없지만, 꿀잠을 위한 환경 조성과 취침 습관은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어제 잘 잤더니 자녀들이 이쁘고 하루가 감사하다. 이럴 때는 인생이 참 쉬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