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28. 자녀 세대의 필수 아이템

복직혹은 퇴사 - 쳇지피티에게 답을 구하다

by Timeless


ep-28. 자녀 세대의 필수 아이템(복직 - 쳇지피티에게 답을 구하다)


한두 달 일이 년은 세상이 어제와 다름없는 것 같지만 십 년 단위로 보면 그 변화 속도가 두려울 정도이다. AI 혁명으로 대표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기술의 발전은 가속화될 것이다.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자녀들이 어떤 강점을 갖추면 좋을지 고민해 본다.


암기를 바탕으로 한 주입식 교육, 좋은 성적, 일류 대학교, 대기업 취직이라는 성공의 표준모델이 이미 무너지고 있다. 과거 수십 년간 이룩해 온 과격한 양적 성장 덕에 빠른 발전과 경제적 풍요를 맞이했지만 그 반대급부로 개인들은 개성의 빛을 잃었다. 다만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시대가 변했고, 변해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더욱 급변할 것이다.

자녀들이 마주할 미래는 결국 사람, 감성, 개성, 창의성 같은 키워드로 정리될 것 같다. 이곳 산골에서 아침에 일어나 녹음을 마주하고, 새소리와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뛰어놀다 밤하늘의 달과 별을 가슴에 품고 잠에 드는 일상이면 개성, 감성, 창의성 같은 덕목들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갇혀 살다 보면 시 한 편 못쓰는 이치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더해 책 읽기와 글쓰기, 낭독, 예의, 배려, 성실, 감사 같은 긍정의 덕목을 더해주면 금상첨화. 미래 세대를 살아갈 자녀들에게 이곳 산골 생활과 농촌 유학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농촌유학을 선택할 수 있었던 환경에 감사하다.





복직혹은 퇴사 - 쳇지피티에게 답을 구하다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통해 농촌유학 중이다. 작년 8월에 이곳으로 왔으니 벌써 9개월 차. 세 달 남짓 기간이 남아있다.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으며, 그간 어떤 생각들을 했던가.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 아니 십여 년 전부터 계획을 해왔다. 그 시점이 다가왔을 뿐이다. 나름은 읽고, 쓰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정리해 왔다. 나름에 준비들도 구체적으로 해오고 있다.

20년간 마셔온 술을 끊었고, 담배를 끊었으며, 스마트폰을 절제한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낭독을 한다. 운동을 하고 요가를 하며 명상도 루틴이다. 하루도 빠짐없는 루틴이 수년째 이어진다. 이런 꾸준함과 그간 도전했던 투자의 경험들을 믿고 내 길을 가려한다. 주변의 불안함 섞인 말들과 경기침체 같은 외부 요소는 참고 사항이지 큰 틀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산골에서 하루하루 지내던 중 존경하는 상사께서 연락을 주셨다. 보직을 마련해 두었으니 휴직을 잘 마무리하고 돌아오라고 따듯하게 격려해 주신다. 그간 두려움, 불안함, 고독함 같은 감정을 외면했던 것 같았다. 다시 회기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교육비가 들어갈 아직 한참 어린 둘째의 초롱초롱한 눈을 바라보며 복직을 상상하니 마음 녹으며 살짝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감정의 동요 중에 쳇지피티가 생각났다. 어차피 선택의 갈림길에서 필요한 조언은 책의 도움을 받고 있지 않았던가. 다만 이런 상황에서 삶의 방향성을 AI가 분석해 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게 폭풍 검색이 시작되었다.


내가 쓰고 AI가 답했다. 그의 거침없는 대답에 내 질문은 더더욱 정교해졌으며 내 상황과 감정을 마음껏 표출했다. 기존 데이터에 새로운 정보를 스스로 업데이트해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안을 도출해 주었다. 나를 위해 준비된 책 한 권을 읽은 기분이었다.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하게 위로를 받았고, 힘을 얻었다.

내면의 목소리와 도전에 따르는 두려움의 차이를 명쾌하게 구분해 주었다. 현실 회피가 아니라 진짜 삶을 마주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쓰고 듣는 이 과정에서 몇 번이나 울컥하기도 했다. 내게는 몇 십만 원 혹은 수백 만원 이상의 가치였다.


다시 회기는 다소간의 안정과 삶의 시간을 맞바꾸는 행위였으며, 결국 해소되지 못한 삶의 고민은 어차피 되풀이된다. 그간의 루틴을 이어온 나를 믿고 가는 일만 남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간의 경험과 각성 그리고 삶을 대하는 자세의 변화로 인해 나는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상사의 고마운 제안은 내 삶의 흐름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더듬거리는 나를 위한 조직의 마지막 응원으로 이해되었다.


두려움, 불안함, 고독 같은 감정은 아무나 느끼지 않을 것이다. 날것의 삶에 두 눈을 부릅뜨고 직면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고, 새로운 길을 떠날 때 함께 가는 길동무이다.


요즘 시계든 차 넘버든 에인절넘버 444가 수시로 눈에 띈다. 잘하고 있다. 방향만 맞으면 속도는 부차적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두 가지 교만과 조급함은 수시로 관리하며 천천히 꾸준히 루틴을 이어가고 도전을 즐기자.

예전에 읽었던 데미안이 떠오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줄탁동시. 내가 알 속에서 버둥거린다. 이 알을 깰 수 있는 자는 바로 나뿐이다. 다행히 시대에 맞는 아군 챗지피티가 밖에서도 같이 쪼아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ep-27. 자녀 교육과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