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문득 어릴 적 아무 걱정 없이 게임기를 켜곤 했던 유년 시절이 떠올랐다.
그 때의 추억과 설렘을 다시 느끼고픈 마음에 오랜만에 게임기를 손에 쥐었지만
어째서인지, 그 시절의 두근거림과 즐거움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하며, 지나버린 옛추억을 그리는 존재.
지나간 시간이 두 번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불편한 진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우리는 과거를 영원히 추억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현재 모습 또한, 먼 미래 당신의 과거이자 추억으로 남는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흐를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간의 밀도는 균일치 않다.
과거에 비해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체감상 똑같은 속도로 시간이 흐르리라는 법은 없다.
시간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흘러가며, 한 번 지나간 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만의 고유한 가치가 존재한다.
젊었을 땐 '청춘'만의 시기가 있고, 늙어선 '연륜'에서 비롯된 깊이와 혜안이 드러나는 법이다.
한편으론 씁쓸하다.
지금 이 순간이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순간이 급격하게 변할 것 같지도 않다.
분명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미래의 내 모습이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어렸을 적 나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당장 내게 주어진 숙제와 놀기에만 급급했던 나의 어린 시절,
그 시절 속의 내가 지금의 나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불과 몇 년 전의 '나' 자신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나를 쉽게 떠올릴 순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20년, 3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 나의 미래를 상상하기도 어려운 법이다.
어렸을 적 상상할 수 있는 범위와, 현재 내가 그려낼 수 있는 범위에 지적인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말이다.
훗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때로는 두렵기까지 하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그 미래를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버린 시간과 과거에 대해 '후회'와 '미련'이란 감정 없이 이를 논하기 어렵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을 끌어안고 평생을 살기엔 너무나도 고되고,
그렇다고 내가 지금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사치와 향락을 즐기며 '오늘을 후회없이 살아가라'고 말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현재는 곧 지나가기에 미래를 대비하며 겸손히 살아가라'고 조언할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하루를 성실히 시작하여 일분일초조차 결코 헛되이 하지 않는 삶'이 진리이자 법칙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는 태도와 가치관에 있어서 절대적인 진리와 기준이 존재한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하나만큼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가 남긴 구절 중 하나에 속한다.
"Carpe Diem. Seize the day, boys.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라는 구절로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유명한 구절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게임이든, 공부든, 휴식이든, 혹은 사치와 향락이든 간에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
누군가는 시간 낭비, 의미 없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라도 상관없다.
최선을 다한 현재의 순간들이 겹겹이 쌓인 삶이야 말로 '후회 없는 삶'이라 믿는다.
진심을 담아 글을 쓰고, 집중해서 책을 읽고, 쉬고 싶을 땐 마음껏 쉬는 것도 괜찮다.
'지금'에 최선을 다한다면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호라티우스가 말하고 싶었던 뜻이 아니었을까.
Carpe diem.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
성숙해진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순간의 소중함을 받아들이고
내 삶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매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일.
적어도 그 길 끝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