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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虛無] :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미래를 꿈꾸되 몽상을 경계하는, 현실주의적 몽상가

by 청월



우리는 크고 작은 기대를 품으며 살아간다.

시험 결과에 대한 기대, 인간관계에서의 보상심리. 나아가 인생 전반에 대한 소망을 비롯하여

나에게 닥칠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이든 상상한 대로 '기대'가 '현실'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아쉽게도 '머피의 법칙'이란 규율이 존재하듯 세상 일이 뜻대로 굴러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꿈꾸던 미래는 현실과 미묘하게라도 꼭 어긋나기 마련이고, 기대가 컸기에 실망만 더욱

크게 돌아왔던 경험을 한 번쯤은 겪어보지 않았던가.


대게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허무[虛無]'를 느낀다.

몽상 속에서 그려낸 이상적인 기대는 실제 현실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납득하곤 있지만,

막상 기대와 다른 현실을 직접 마주하게 될 때의 실망감은 실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생각했던 것보다 현실은 달랐고, 과거의 몽상은 의미 없게만 느껴진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되는 감정, 그것이 바로 '허무[虛無]'인 것이다.



"Expectations are resentments under construction."

- Anne Lamott -



미국의 에세이스트 'Anne Lamott'가 자신의 SNS에 업로드 한 구절인데, 의역하면 아래와 같다.

"기대는 결국 원망으로 이어진다"


기대가 가진 긍정적인 측면이 고려되지 않아 무조건적으로 공감하기는 힘든 말이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선 상당히 일리가 있다.


미지의 세계를 꿈꿔 환상을 그려내는 것은 당신의 몫이지만,

이상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현실 또한 당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기에 말이다.


미래를 예상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상력은 분명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다만, 몽상[夢想]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몽상에 기반한 경우의 수'를 '현실과 가장 유사한 상황'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인간은 대체로 특정한 하나의 결과, 기댓값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바라던 대학에 합격하는 상황, 혹 꿈꿔왔던 사랑과의 연애도 마찬가지다.

요지는 '인생은 단 하나의 경우의 수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상했던 것과 반대로 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고, 어쩌면 예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다.

허무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렇듯,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함을 인정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흔히들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게 되면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을 지지하기 마련이다.

특히 그것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려낸 몽상이었으면 말이다.


아쉽게도 당신이 그려낸 몽상[夢想]은 많고 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에 불과하다.

동시에 그 경우는 당신이 바라던 '기대[期待]'에 가까운 것이지, '현실[現實]'과 가까운 것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반대로 당신의 미래가 걱정될 때에도 솟아날 구멍이 있지 않겠는가.

긍정적인 시나리오도,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모두 존재할 수 있으며, 이들 또한 많고 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이렇듯 적은 가능성에서 비롯된 시나리오가 현실과 얼마나 부합한 지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꿈꿔온 몽상을 현실에 빗대는 것이 아닌, 현실과 분리된 '독립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즉, '현실주의적 몽상가' 되어보자는 말이 되겠다.

우리가 느끼는 '허무[虛無]'는 사실 '현실이 나빠서' 겪는 부분 그 자체도 있겠지만,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다'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말이다.


부디 미래를 꿈꾸되 몽상을 경계하는, '현실주의적 몽상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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