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문명 앞에서의 나의 철학적 태도
되돌릴 수 없는 세계 앞에서
-새 문명 앞에서의 철학적 태도-
우리는 지금 하나의 사회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명적 전환을 통과하고 있다. 저출산, 비혼, 1인 가구의 증가, 관계의 피로와 고독의 확산은 서로 다른 현상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징후들이다. 사회는 점점 인간을 덜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개인은 그 구조에 적응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비효율적인 것, 감당하기 어려운 것, 하기 싫은 것을 회피한다. 이 단순한 사실을 외면한 채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을 독려하는 정책은 효과를 낼 수 없다. 그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구조가 이미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되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 인정해야 할 조건에 가깝다. 과거의 공동체를 복원하겠다는 시도는 현실의 대안이라기보다 기억에 대한 집착에 머문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사회의 구원이 아니라 각자의 대응이다. 더 많은 관계를 요구하기보다 관계를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삶의 구조를 재편하는 일, 그것이 오늘날 개인에게 남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이 지점에서 나에게 남은 해답은 철학이다. 철학이란 현실을 바꾸는 도구가 아니라 바꿀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한 내적 질서다. 과거의 전통, 관습, 의식의 방식은 한때 유효했으나 지금의 세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것들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안정이 아니라 혼란을 낳는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사유의 전환이다. 나는 이제 새로운 세계를 전제로 나의 철학을 새롭게 세운다. 저항이 아니라 적응, 도피가 아닌 정면응시, 그리고 해결이 아닌 정합성(Coherence). 이것이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나의 대응 방식이다. 새 시대를 맞이하는 젊은이들은 더 이상 과거문명의 관리자가 아니다. 그들은 새 문명의 프런티어로서 삶의 방식과 관계의 형식, 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만들어야 할 운명에 놓여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훈계도, 설계도, 판단도 아니다. 미래를 미래에게 돌려주는 일, 그리고 그 앞에서 조용히 자기의 철학을 완성하는 일이다.
2025 12월 歲暮~
獨楽齋에서 幽人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