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받음과 존재의 붕괴 사이
인간의 본성과 거절의 정신
- 주고받음과 존재의 붕괴 사이 -
인간은 동시에 여러 본능을 가진 존재다. 주는 인간은 도움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하지만 지나친 의존을 만들거나, 상대를 인간이 아닌 결과물로 바라보면, 주는 행위는 억압이 된다. 도움은 선의이지만 구조(構造)가 되면 함정이 된다. 도움을 받은 인간은 도움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도움을 받은 인간은 처음에는 감사하지만, 반복과 지속 속에서 은혜는 권리로 바뀌고 권리는 의무로 착각된다. 권리화된 도움의 중단은 단순한 실망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느낌으로 변형된다. 권리로 오해된 도움은 관계를 자신의 생존과 동일시하게 만들고, 불만과 압박을 낳으며 상대를 통제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폭력의 잠재는 모든 인간 안에 내재한다. 자기 존재가 부정당하거나 위협받았다고 느낄 때, 인간은 내적 긴장을 외부로 발현할 가능성을 품는다. 이는 즉각적인 행동이 아니라, 관계와 구조 속에서 누적된 내적 반향으로 나타나며, 이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본질적 가능성이다. 이런 본성을 이겨낼 정신은 개인의 내적 훈련해서 비롯된다. 주는 쪽은 자기 존재를 구원에 걸지 않고, 상대의 삶과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받는 쪽은 도움과 자신의 존재를 분리하고, 불편함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요구되는 것은, 관계를 구조로 인식하고, 도움은 유한하며 언제든 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거절과 도움의 중간에서 느껴지는 붕괴 감각을 견디면서, 폭력으로 전가하지 않는 것. 반복된 도움과 의존의 관계를 대체하지 않도록 구조를 점검하고 재조율하는 것. 이 모든 과정이 인간이 본성 앞에서 취할 스탠스이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인간은 인간 속에 존재하며, 존재의 본질은 자기 자신의 가능성을 향한 개방성에 있다(존재와 시간, 1927). 레비나스는 덧 붙인다. 타자의 얼굴은 나의 책임을 요구하며, 그 책임 속에서 나 자신의 존재가 확장된다(전체성과 무한성, 1961). 인간은 주고받음 속에서 망가지지 않는다. 경계 없는 주고받음 속에서만 존재는 흔들린다. 존재를 견디는 정신과 구조를 인식하는 힘, 거절할 수 있는 능력, 자기 붕괴를 감내하는 용기, 이 모든 것이 인간에게 요구되는 본질적인 덕목이다.
2026 2월 初, 밖은 벌써 어두워지고,
獨樂齋에서 幽人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