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를 닮지 않으려 애썼다
엄마와 나, 그 사이에 머무는 마음
통화의 시작은 늘 한숨이었다
엄마와 통화를 하면 시작은 늘 같다.
짧고 깊은 한숨.
“하아…”
그 속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할 감정들이 실려 있다.
다섯 자녀와 그 옆에 딸린 가족들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품고 있는 걱정들.
엄마는 정말 ‘걱정을 타고나신 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엄마를 닮지 않으려 애썼다
엄마는 똑똑하시고, 부지런하시고,
무엇 하나 못하시는 게 없는 분이다.
자랑스러운 분이지만,
맏이인 나는 그런 엄마가 솔직히 그리 좋지는 않았다.
엄마는 늘 바랐다.
“첫째니까, 너는 잘해야 해.”
나는 그 바람이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점점 더 엄마와 닮지 않으려 애썼다.
그게 내 방식의 독립이었고, 어쩌면 작은 반항이었을지도.
여전히 말랑해지지 않는 내 마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내가 엄마 나이쯤 되면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엄마 앞에 서면 여전히 마음이 뻣뻣하다.
찾아뵐 때마다 괜히 한 마디 하게 되고,
툭툭 던지는 말투가 먼저 튀어나온다.
그리고 돌아서면
혼자서 후회한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더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을까.
시선 밖의 맏딸이었던 나
어릴 적,
엄마는 우리보다 어린 시동생, 시누이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셨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엄마도 누군가의 며느리였으며 동시에 아이들에 엄마였지만 엄마도 여린여자였기에 가까지 당신 딸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그저 엄마의 시선에서 멀어진 느낌이 서운하고 외로웠다.
나는 착하게, 열심히 살아내려 했지만
그 마음이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엄마니까
그래서인지 지금도
엄마 앞에선 마음이 쉽게 녹지 않는다.
딸이니까,
그래서 더 퉁명스럽게 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늘
감추어진 마음이 있다.
‘사실은 감사하고,
사실은 미안하고,
사실은… 여전히 사랑받고 싶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마음
엄마와 나 사이에는
오해 아닌 오해들이 있었다.
그걸 말로 풀긴 어려웠고,
그저 마음속 어딘가에 깊숙이 묻어두고 살아왔다.
이제야,
이렇게 글로 꺼내 본다.
내 안의 오래된 감정들을 조용히 펼쳐 놓으며
엄마와 나 사이의 거리를,
천천히, 조심스럽게 줄여본다.
마음이 정리되면, 관계도 달라진다고 믿는다.
글로 꺼낸 이 마음이,
나를 조금 더 부드럽게, 따뜻하게 바꿔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