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 없이 걸어본 서울

광화문에서 세종대왕님과 이순신장군님께 인사

by JENNY

대사관에 여권 신청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서울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조급함 없이 걷다보니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이 이렇게 다정하고 느긋한 도시였나?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익숙한 풍경들 속에서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는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걷다가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릴 적 종로바닥을 헤집고 다니며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때,
시간이 멈춘 듯 자유롭고,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웠던 그 시절.

그때의 나는 오늘처럼 여유로웠을까?
아니면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처럼 자유롭고 천진난만한 걸까?

광화문으로 발걸음을 옮겨 세종대왕님과 이순신 장군님께 가벼운 목례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서울을 즐기는 중입니다.”
이분들도 웃으며 나를 바라봐주시는 듯했다.
그 따뜻한 기운을 안고 다시 골목길을 걸었다.
마음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발걸음은 오늘의 서울을 걷고 있었다.

낯익은 골목길, 오래된 한옥의 처마 끝,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모든 풍경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 너는 이미 잘하고 있어.”
서울 한복판에서, 조용히 자신을 다독이며 하루를 보내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종각 근처 작은 분식집에서 잠시 멈췄다.
떡볶이와 순대를 시켜놓고, 매콤한 맛에 입 안이 얼얼해지면서도 웃음이 났다.
어릴 적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떡볶이를 먹던 그 기억까지 떠오르며,
마치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해질 무렵, 길가에 붉게 물든 노을이 서울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사진기를 챙겨 어깨에 메고, 천천히 다시 집으로 향했다.
오늘의 서울은, 어릴 적의 서울과 다르면서도 같았다.
다만 나 자신이 더 여유롭고, 더 따뜻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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