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와 편먹은 어제 하루,

그리고 다시 밖으로

by JENNY

소파와 편먹은 어제 하루,

그리고 다시 밖으로

<눈꼽떨구고 청바지에 티 쪼가리 걸치고도 방방곳곳 ㅎㅎㅎ>


쉬는 날, 아무 약속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으면 우리는 종종

‘오늘은 푹 쉬자’는 핑계로 집 안에 눌러앉는다.

나도 그랬다.

오랜만에 진짜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집에서 느긋하게 커피나 마시고,

보고 싶었던 드라마도 보고,

그냥 편하게 보내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은 쉬고 있는데

마음은 하나도 편하지 않았다.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보다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무의미하게 티비를 켰다 끄기를 반복하면서 어느새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가 있었다.

뭐 하나 똑부러지게 한 것도 없는데, 괜히 기운이 쭉 빠지는 기분.

어딘가에 나를 가둔 듯한 무력함. 그렇게 소파와 한 팀이 되어버린 하루였다.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별 생각 아닌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도 저도 아닌 자책이 마음 한쪽을 슬쩍 건드린다.

'괜히 오늘 이렇게 보냈나?'

'왜 더 생산적으로 쓰지 않았지?'

쉰 것도 아닌데 쉰 것 같지 않은 이상한 기분.


그래서 오늘은 그냥 무조건 나왔다.

할 일이 있어서 나온 것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저 어제처럼 또 소파와 편먹고 싶지 않아서.

내 머릿속 잡생각들을 환기시키고 싶어서.

발걸음을 무작정 밖으로 향했다.


햇빛을 얼굴에 받으니 생각보다 세상이 괜찮아 보였다.

카페에 앉아 사람들 움직이는 모습만 바라봐도 뭔가 기분이 달라졌다.

익숙한 동네인데도 마치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졌다.

가끔은 '밖에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숨통을 튼다.


쉬는 날이라고 꼭 뭘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너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생각들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는 것.

그저 걸어보는 것.

가볍게 바람을 맞는 것.

그건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나를 다시 숨 쉬게 만드는 작은 리셋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안다.

쉬는 날일수록 더더욱 나가야 한다는 걸.

세상이 나를 복잡하게 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내가 나를 너무 가둬놓았다는 걸.


오늘도 그걸 깨달은 나는, 또 밖이다.

무작정 걸어도 괜찮은 하루.

소파와 잠시 멀어져준 하루.

그래서 조금은 살아 있는 기분이 드는 하루.


#떠남#시간#아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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