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쓴다. 키보드를 무대 삼아 내 감정과 생각들을 지그시 눌러 담는다. 흰 여백만이 가득했던 시작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야말로 나를 활자 한 자 한 자에 녹여내는 행위. 그래서 글쓰기는 차가 우러나는 과정과도 많이 닮아 있다. 나라는 사람이 단어와 문장들에 천천히 스며들기에, 나로서 살아있고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공간. 활자에는 힘이 있어서 어떤 글에서는 향긋한 봄내음이 나는 반면, 누군가는 혐오가 덕지덕지 묻어 악취가 나는 글을 쓰기도 한다.
It is my cup of tea. (내 취향이야.)
내 취향이라는 뜻의 영어 문장이다. 취향에 나의 차 한 잔을 빗대어 표현했다는 점이 참 재미있다. 이처럼 같은 차를 마셔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 누구는 밀크티 특유의 향이 싫다 말할 때, 또 다른 누구는 그 홍차향이 좋아서 굳이 밀크티를 마신다. 인생에 있어 같은 것을 보고 듣더라도 느끼는 길은 천차만별이다. 남들의 글을 읽고 또 읽는 이유다. 글에 그 다름이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의 풍미를 더욱 진하게 만들어 줄 향을 찾아서 나아간다. 그리고 나를 옅어지게 한다거나, 덮어버리는 것들은 적절히 피해 가면서 말이다. 취향과 기호에 맞게 선택적으로 음미한다는 점에서 글과 차는 참 많이 닮아 있다.
나는 경험이 가지는 힘을 믿는다.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것들은 하나하나 분명히 귀중한 재료가 되어 우리의 향에 풍미를 더해 줄 테다. 당시에는 작고 별 볼일 없어 보일지 몰라도, 조금씩 우리 인생에 스미는 영향력을 절대 무시할 순 없다. 우리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하나둘 모여 나의 인생 흐름을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함은 깊어져만 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게 맞는 방식대로 차를 즐기듯 인생을 살아간다면 어떨까. 차가운 게 좋아서 얼음을 더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아 우유를 넣듯이 말이다. 나답게 말과 행동을 가꾸어 나간다면, 그만큼 향기로운 삶이 있을까.
글을 쓰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가장 진솔하면서도 담백하게 하고픈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건 꽤나 이기적인 행위 같다. 그 순간 나에게만 집중하며 내 감정만을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또한 내가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자 함이라면 그저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도 좋다. 이게 다 나 좋으라고 살아가는 건데 말이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원하는 이야기를 써내려 가자.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나만의 향기는 짙어져 있을 게 분명하다.
나는 오늘도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 수없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