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6살의 마지막
나는 몇 시간을 잤나요, 나는 밥을 잘 챙겨먹었나요, 지금 나의 상태는 어떤가요, 친구가 필요한가요? 아니면 단순한 감정의 소용돌이인가요? 나는 얼마나, 또 어떻게 휴식을 취해야하나요?
오로지 공부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내 상태에 상관없이 나를 몰아붙였다. 공부가 잘 되면 당연한 것이였고, 안 되면 심하게 스스로를 닦달하며 억지로 구속시켰다. 마음은 급한데 효율은 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비하에 기분은 심각하게 우울해졌다. 그런데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그저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는게 수험생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스스로가 정한 루틴과 규칙을 꼭 지켜야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난 의지가 그것밖에 안되는거라며 또 다시 스스로에게 실망을 했다.
'혼자', 과연 좋은 선택이였을까.
아니다. 혼자는 생각보다 나를 어둡고 약하게 만들었다. 1년 이라는 긴 기간 동안 암막 커튼을 치고 침대에 박혀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할 때도 있었고, 어둠 속에서 하기 싫음에 몸부림치는 나 스스로를 공부에 결박시켜놓을 때도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말했다고 해도 처지가 달라서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난 그때 그냥 시간이 해결해주길, 또는 나와 친구라는 어떤 관계를 가진 누군가가 내 상황을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몇 시간 잤는지, 내가 뭘 먹었는지, 내가 며칠을 공부했는지,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내가 공부하는 과목에 대한 나의 느낌이 어떤지는 묻지도 않은 채 말이다. 그렇게 우울하면서도 남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주변 친구들에게조차 아무 말 못했다.
그런데, 혼자 오래 생각하면 상대 몫까지 생각하게 된다. 결코 알 수도 없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혼자 끙끙대면서 점점 더 부정적인 서사를 혼자 그리게 된다. 상대가 내 의사를 거절할 백만가지의 이유를 만들어내서 생각하면 할수록,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그래서 2026년에 꼭 지켜야할 것, 상대의 반응을 넘겨짚지 말고, 나는 나대로 내 상황에서 판단해서 빨리 행동해버리기. 상대의 몫은 상대가 판단하도록 남겨두기. 내 몫에서 현명한 선택을 했고 그걸 상대에게 제시했다면 그 이후는 머릿속에서 훌훌 털어버리기.(그건 그때부터 상대의 몫.) 이건 정말 나와 타인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태도이다. 그렇게 2027년에 나타날 나는 나의 세계(하루, 비전)가 명확해서 남의 반응에 전혀 좌우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친구를 많이 배척하고 의심했다는 것도 알게 된 한 해였다. 해커스 스터디원으로 만난 서진 누나랑 서영이와의 관계를 통해 말이다. 내가 나의 모든 모습을 친구에게 솔직하게 내보여도 괜찮구나, 내 의식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친구를 대해도 되구나. 전화 한번,문자 한번을 그렇게 많이 신중할 필요가 없구나. 그게 오히려 엄청나게 행복하구나.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먼저 다가가는 것에 자존심을 내세웠을까. 그리고 뭐 그렇게 거창한 목표라고 주위의 내 사람들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그 일에 진지함과 심각함을 보였을까. 초,중,고,대학생까지 '누군가'는 항상 나에게 다가와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존경 받고 인정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흔한 일이였다. 그게 참 감사한 일이고, 또 내 장기적 성장에는 별 의미가 없음을 이제는 안다. 달콤한 말을 얻기 위해 하는 공부는 유통기한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 행동을 조절하고, 내가 스스로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다가갈 차례이다. 상대에 따라 내 행동이 바뀌는 게 싫고, 내 내면의 욕구에 따라 일관되고 충만하게 행동하고 싶어서. 상대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그저 '내'가 원하기 때문에.
다가가고, 다가오고, 거절하고, 거절당하는 건 관계에서의 아주 당연한 현상이다. 물론 아직까지 다가가고, 거절하고, 거절당하는 건 매우 껄끄러운 일이지만, 성숙한 태도와 함께 차차 익숙해져나가고 싶다. 마음껏 거절 당해도 괜찮아. 난 몇 번이고 계속 다가가 도전할거고, A가 안되면 B 하면 되니까.
공부가 잘 되는 날은 아주아주 빡빡하게 하루를 보내고, 안 되는 날은 아주 쓰레기 같고(본능대로, 부정적이게), 의미없게 하루를 보냈다. 이것이 내가 지금껏 공부 해왔던 방식이였다. 나의 상태에 대한 이해도 없고, 상태 자체로 받아들일 줄 모르니 '여유'란 것이 들어올 틈이 없던 것이다. 공부 잘 되는 날을 마치고 : 더 이상 머리 그만 써. 긴장 그만 해. 뇌 비워, 욕심 내려놔. 때가 되어 쉬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
너무 힘주지 말고.. 내려놓을 줄도 알고.. 그렇지만 계속 앞으로는 가는..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렇게 내가 무식하게 나를 몰아붙인 건 그냥 내가 25년 간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 것 같다. 항상 공부를 손놓지 않았던 나는 시험 기간 2주 확 몰아치게 공부하고 그 후에 다음 시험기간까지는 놀고 그런 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게모르게 학습된 거 같다. 공부할 때 만큼은 알차게, 빡세게, 되는 느낌이 있으면서 ‘완벽하게’ 해야된다고. 근데, 그건 정말 2주용 공부라는 것을 이번 1년을 통해서 느꼈다. 2주 동안은 하루 12시간 공부하고,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아무도 안만나면서 나를 극한까지 몰아붙여도 괜찮다. 그리고 그렇게 몰아붙이면서도 ‘완벽하다’는 느낌이 대충은 난다. 하지만 1년은 다르다. 오랜 기간을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면 곧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치게 되고 결국 심각한 우울감에 빠져 아무것도 안하게 되는 날 들이 무척이나 많게 된다. 체력은 있는데도 의욕은 아예 나지 않는 그런 상태.. 내 독하지 않음을 탓하기만 하기에는 아무것도 좋은 게 없었다. 달라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 의미없이 시간만 흘러 결국 내가 오랫동안 몰아붙여서 해왔던 공부의 많은 양도 의미가 없어지고, 행복은 행복대로 없어지게 되는 결과가 되게된다.
그렇게 내가 내린 결론은 "욕심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내 주관을 유지하며 내 감정과 타인에게 정직하게 대응하기, 그렇게 가끔 좋아하는 타인을 만나고 혼자서도 스스로를 연인처럼 잘 챙겨주기."이다. 나는 그간 나에게도, 남에게도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해왔던 것 같다. 돈이 없어도 있는 척,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은 척, 좋아하면서 좋아하지 않은 척, 공부가 잘 되지 않으면서도 잘 되는 척, 힘든데 안힘든척, 어렵고 이해가 안가면서도 버겁지 않은 척, 바쁜데 안 바쁜 척, 불안한데 안불안한 척 등등으로 말이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점수 따기 위한 목적 있는 거잣말이라면 모르겠다. 다만, 내 성장과 목표 달성을 위하는데 있어서 굳이 나와 남에게 거짓말을 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눈치도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국경을 넘어, 소득 수준을 넘어 가장 강력한 무기인 청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다행히도 이번 1년 간의 수험 생활을 통해 맨 윗 줄에 있는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의 답을 얼추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와도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은 나 자신에게만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대부분의 순간에 혼자여야만 했던 나를 기억해. 힘들고 우울할 때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달리기 하던 나를 생각해보자, 조금이라도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느낌을 내보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듣는 나를 생각해보자. '수험생활'의 성공을 위해서만큼은 정말 남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힘들고 우울한 날이여도 혼자 밤거리를 걷던 그 모습을 기억하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가 안나온 순간, 그저 혼자 있었어야만 했다는 걸 기억하자. 남의 감정을 신경쓰지 말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생활을 해야한다. 나보다 소중한 건 없고, 나 혼자만으로도 온전하다는 것을 꼭 마음에 간직하며 수험 생활을 보내야한다. 남들이 중요하지 않다가 아니라, 내가 더 소중하다는거야. 결국 내가 온전히 존재해야, 남도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자. 태생이 그렇게 매정하게 태어나지 않았지만, 수험생활에선 정말 그래야한다. 내 모든 사람을 잃어도 될 각오로 나만 신경 쓰자.
수험 생활이 혼자와의 싸움은 맞지만, 그건 스스로가 스스로를 잘 알고 그에 맞게 자기를 잘 관리하는 싸움이라는 것이지 철저히 혼자가 되라는 의미가 아니다. 남이 필요하면 남을 찾고, 남이 필요없으면 잠시 멀어지라는 것이다. 그저 내 필요에 따라.. 혼자서도 충만한 하루를 살아야한다. 혼자서도 내 다짐대로 삶을 살려는 기세를 잃어버리면 안된다.
견뎌야 할 때 견디고, 쉬어야 할 때 쉴 줄 아는 2026년이 되길, (스스로의 상태를 아는.)
또 나랑 잘 맞으면 맞다고, 안맞으면 안맞는다고, 세간의 그 어떠한 목소리보다도 내 직관을 믿는 2026년이 되길. (흔들리지 말고! 수많은 물결 중에서 나랑 잘 맞는 무언가를 찾았다는 게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이거 하면 되겠는데?" 면 남의 말 듣지 말고 이걸하자)("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싶은 건 아무리 세상이 좋다고 해도 아닌거다. 내가 이상하고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나랑 안맞는거야. 세상의 모든 걸 내가 다 맞출 순 없어!!)("와,되고 있다, 잘 되고있다" 느낌이 들면 진짜 잘 되고있는거고, "와, 진짜 하나도 모르겠다, 뭐라는거야"면 진짜 안맞고 어려워서 안되고 있는 것이다. 그 느낌을 최우선적으로 믿어야한다. 철저히 믿고 변화를 주든, 유지하든 행동을 해야한다. 이건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그게 합격의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도 명심하자. 커리큘럼을 성실히 따라가는 게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진 않는다. 커리큘럼을 성실히 따라가야하는 경우는 그 커리큘럼이 자기랑 잘 맞는다는 확신이 들 때 뿐이다.)
어려워서 미래를 바라보며 불안감에, 공포감에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쉽게 현재에 충실하며 즐겁게 뭐라도 하는 2026년이 되길.("공부는 원래 힘든거야" 라는 말, 믿지 마. 분명히 나에게 맞는 강사와 수준이 있다. 이에따라 얼마든지 재밌어질 수 있다. 일방적으로 버티고 있지 마.)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말고 나만의 경주를 하는 2026년이 되길.(오늘 하루 얼마나 많이 하냐가 승패를 가르는게 아니라 지치지 않고 얼마나 오래 가냐가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청춘 동안은 언제나 내 가장 큰 재산은 청춘이라는 마인드로, 이건 찐부자들이 1000억을 줘도 못산다는 소중한 걸 가지고 있다는 당당한 태도로. 그만큼 날 소중하게 대하며, 28살까지는 부모님만 괜찮으시다면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마음껏 도전해보겠다 / 내가 생각하기에 목표 달성을 위해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공부 목록 ; 내가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 특정 마감일까지의 나만의 공부 목록, 하루 동안의 나만의 공부 스케줄)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 생각하는 2026년이 되길..(다른 사람이 요청 시, 내가 필요하면 오케이, 필요하지 않으면 노. 미안함에 약속을 잡는 짓은 하지마. 상대의 연락에 대한 책임감도 갖지마. 그건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야. 남이 속상할까 신경쓰지 말기.. 설령 어떤 친구와 멀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 청춘이야. 다시는 돌아오지도 않고,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을 내 귀한 청춘이라고. 아무도 신경쓰지 마. 올 해만큼은 나만 생각해줘.)
27살의 최민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