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맹인♣

by Ian W


맹인


촉수처럼 길게 내려진 눈

바닥을 톡톡 두드린다


돌아오는 소릴 듣도록

잠시 기다려주는


그렇게 조금씩 열리는 길 따라

흰 눈동자 깜빡이며 나아간다


그에게 흰 눈동자란 퇴화된

꼬리뼈만큼 아무 의미 없겠지만


그래도 눈꺼풀이 먼 기억을 더듬어

그 흰 눈동자를 위하여 깜빡이고 있다


촉각을 긴 눈에 집중하느라

통나무처럼 굳어진 몸


조금씩 앞으로 내미는 발

몸통이 그 뒤를 따른다


그에게 세상은

빛 한점 새지 않는 암흑천지


보이지 않는 눈을 위하여


온몸이 눈이 되어

암흑 속을 헤쳐가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