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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하며

by Ian W


설거지를 하며


이른 아침,

못다 한 설거지를 한다


감칠맛 돌던 요리들이 찌꺼기로

엉겨 붙어 폐차장처럼 쌓여있는 그릇들


혀끝에는 아직 그 맛이 맴도는 듯한데


하룻밤 사이,

찌꺼기는 왜 이리 질기게 붙어 있는가


숟가락 끝까지 쪽쪽 빨던 맛들이 이제는

찌꺼기로 남아 씻어내야 하는 존재라니


돌이켜 보면,

우리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요리를 나누어 주고

그들의 것을 받으며 살아온 긴 세월, 긴 인연들


요리와 찌꺼기,

그 사이 어디쯤에 있을 임계 지점


은퇴 후 10년, 휴대폰은 묵언 수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