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 임신준비시작한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아기를 언제 가질거에요?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꿈꿨다고 하면 '태몽이냐' 속이 안좋다고 해도 '혹시? ' 오늘은 술 안마실래요 하면 '? ? ' . 결혼하고 임신하지 않는 옵션은 없나요.
양가에서 너네는 그렇게 놀러다니기만 할거니? (놀러다니면 안되나요.. ) '자식의 도리를 안하니?'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이를 낳는 것이 어떻게 부부의 자율적인 선택이자 내 권리가 아닌 자식된 도리인지.
그리고 그게 왜 화날일인지 나는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이 부분에서는 나보다 부모님에게 더 순종적인 남편과도 부딫쳤다.
자기도 뭐를 원하는지 잘 모르면서 부모님이 낳으라고 하니까 입으로만 '우리도 낳아야지' 하는 남편이 미웠고. 엽산도 제대로 안먹고, 과자도 술도 안끊으면서 임신은 여자 혼자하나 싶어 나도 같이 마시고 숙제도 미루었다.
이렇게 임신 준비를 하나도 안한 채 몇년을 살았으면서도 일단 결혼이라는 걸 했고, 언젠가 아기를 낳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다. 누군가에 의해 떠밀려서 아기를 갖는 것은 말도 안되고 내 스스로 아기를 갖고싶을 때 낳을 거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내 몸에 이상은 없는지, 아기를 낳을 능력은 되는지 검진은 받아왔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이때가 5월이었으니 한달이 지나면 벌써 올해도 반이 간다 싶었다.
임신 확률이 확 꺾인다는 30대 중반에 들어섰는데 나는 난자 냉동도 안해놨고. 퇴사후 약간은 안정되어가는 프리랜서 생활에 이제 생활에 변화를 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차츰 들기도 하던 차였다. 그런 마음으로 병원에 갔고,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작은 혹이 있지만 크기가 작으니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난자가 자라고 있으니 며칠 후에 다시 오면 정확히 배란일을 알려주겠다고..
약속한 날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고, 아직 난포가 더 자라야하니 다음날 아침에 또 오라고 하셨다. 주말아침이었는데, 진료를 하다니? ? ? 놀란 마음으로 병원에 갔는데 주말 아침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구나. 아기 안낳는다더니 사람들이 다 여기에 모이는구나 깜짝 놀랐다.
이번에는 선생님께서 난포가 잘 자란것 같으니 난포터지는 주사 한 대 맞고 '몇 시 부터 몇 시 사이' 에 아기를 가지면 좋겠다고 시기를 정해주셨다.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간절한 마음이 덜하던 시기여서 그런지... 정해진 그 날 그시간 숙제를 해야하다니 어색스러움....
그 후 생리날짜가 되었는데 며칠 소식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임신이 되는건 아니지? 무서웠다는 표현이 맞겠다. 하지만 곧 묵직한 통증과 함께 생리가 시작되었고 뭔가 올 것이 왔다.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아 역시 임신은 쉬운 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스쳤다.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
2020년 5월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