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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물젤리 Mar 03. 2023

내 존재의 가벼움

세 살 미남이

놀이터에서 돌아와 목욕을 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미남이 아빠가 오는 시간이다.


띡띡띡띡띡

현관 키 작동음이 들리면

잘 놀던 아이가 순식간에 돌변하여  울기 시작한다.


아빠 가라며 밀치고

바닥에 방방 뛰다

까무러칠 듯 누워 뒹굴고

날 방에 가두고는 문을 잠그고


퇴근 지옥은 늘 반복되는 일상이다.


할머니 가지 말라며 누워서 발버둥을 치던 어느 날


''미남이 치즈 줄까? ''


"시더 시더 시더 함머니 가지 마요"



" 치즈 시더 시더'''



"앙앙앙앙""


"앙앙앙"


"그럼  젤리 줄까?"


"시더 시더 시더"


"앙앙아아앙 "


달랠수록 울음소리만 커졌다.


좋아하는 포도 음료도


막대 소시지도 소용없었다.


저녁마다 전략가가 되는 난처한 미남이 아빠가

그날도 견물생심의 심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치즈를 한 장 벗겨서


"미남아, 치즈 안 먹어?"


누워서 뒹구는 미남이 얼굴 위에 쓱 디밀었다.


치즈를 얼른 받아 들고


쓱 눈물을 훔치며 일어나더니


"함머니, 안넝이 가데요"



내 존재가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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