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돌아와 목욕을 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미남이 아빠가 오는 시간이다.
띡띡띡띡띡
현관 키 작동음이 들리면
잘 놀던 아이가 순식간에 돌변하여 울기 시작한다.
아빠 가라며 밀치고
바닥에 방방 뛰다
까무러칠 듯 누워 뒹굴고
날 방에 가두고는 문을 잠그고
퇴근 지옥은 늘 반복되는 일상이다.
할머니 가지 말라며 누워서 발버둥을 치던 어느 날
''미남이 치즈 줄까? ''
"시더 시더 시더 함머니 가지 마요"
" 치즈 시더 시더'''
"앙앙앙앙""
"앙앙앙"
"그럼 젤리 줄까?"
"시더 시더 시더"
"앙앙아아앙 "
달랠수록 울음소리만 커졌다.
좋아하는 포도 음료도
막대 소시지도 소용없었다.
저녁마다 전략가가 되는 난처한 미남이 아빠가
그날도 견물생심의 심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치즈를 한 장 벗겨서
"미남아, 치즈 안 먹어?"
누워서 뒹구는 미남이 얼굴 위에 쓱 디밀었다.
치즈를 얼른 받아 들고
쓱 눈물을 훔치며 일어나더니
"함머니, 안넝이 가데요"
내 존재가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