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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물젤리 Mar 13. 2023

우리 집은 미남이 키즈카페

세 살 미남이

연식 32개월 미남 씨.


미남 씨는 우리 집 주방이 키즈카페인 줄 안다.

우리 집에만 오면 쌀통을 뒤져 거실 바닥에다 쌀을 퍼다 나르고

씻어둔 꼬막을 가져다 내동댕이 치는 걸로 태권도장 벽돌 깨기를 대신한다.

쌀침대의 맛을 즐기던 아기때의 미남군


식탁 의자에  방수가 되는 앞치마를 어깨에 돌려 묶어 주면 녀석은 설거지를 하고 깻잎을 씻는다고 요란하다.

씻어서 말려둔 그릇도 다시 씻고

깻잎은 찌든 때 덕지덕지한 빨랫감처럼 빡빡 문질러서 찢어져 버리는 게 절반이다.

미나리는 쓱쓱 비벼 씻는 바람에  부러지고 벗겨져 너덜너덜하다.



우리 집 식재료는 먹거리로 현관문을 통과했다가  미남이가

오는 날은  장난감으로 신분전환을 한다.


난 미남이가 발을 헛디뎌 바닥으로 떨어질까 봐 옆에 딱

붙어 서서 경호원 노릇을 하고 심부름꾼도 된다.

잘한다 잘한다~~~~ 요란한 바람잡이도 돼야 한다.


싱크대 앞에 의자 두 개를 나란히 두다가

한 개만 옮겨둔 날.


"의자 한 개 더 주시겠어요?"


온 집안 대장노릇에 명령어에만 특출 난 줄 알았던 녀석이

청유형 말솜씨를 구사한다.


늦터진 말이 억울한지

하루 하루 늘어나는 말솜씨가 봄꽃 터지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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