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방학 이틀째였다. 아침 일찍 우리 집에 온 미남이는 여느날처럼 아파트 공사장이 훤히 보이는 베란다를 열심히 드나들더니 나를 불러댔다.
하얗게 눈 쌓인 아파트공사장인데도작업이 계속되는지중장비차가 떡하니드나들고 있었다
갑자기 부산해진 녀석이다.
이 날씨에 옷도 안 챙기고 신발부터 찾는다. 혼자 신발을 못 신는 세 살짜리가 마음을 벌써 공사장에 홀리고 신발을 신어보겠다고 버벅대고 있었다.
간밤에 눈이 내리고 기온도 많이 낮았다. 귀까지 덮는 모자에 목도리에 털부츠에 마스크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집 근처에 늘 다니던 곳, 한쪽 건물이 바람막이가 돼주는 명당에 그날도 자리를 잡았다. 앞쪽으로 아파트 공사가 추운 날씨에도 한창이고 덤프트럭 레미콘 트럭이 연신 오가고 있었다.
세 살 적부터 여섯 살이 된 지금까지도 미남이의 꿈은 중장비차 기사님이다.
얼마 전 어린이집서 직업체험 놀이를 했다며 의기양양했다. 소방관도 하고 가수도 하고 경찰도 했다며 으스댔다.
"넌 뭐가 되고 싶어 졌어?"
"할머니도? 난 중장비차 기사님이라고 말했잖아요"
세 살때 공사장 앞에서
미남이가 앉아있는 저 상자는 늘 우리를 지켜 보셨을 길옆 과일트럭 사장님이 바람이라도 막으라며 가져다주셨고 빗자루로 근처 쌓인 눈까지 치워주셨다.
내가 준비해간 작은 상자는 엉덩이 아래쪽에 접어 넣어 바닥 찬 냉기를 차단하는데 이용했다.
처음에는 상자 안에 앉혔는데 답답한 건지 시야를 가려서인지 상자밖으로 나가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다리라도 덮을 수 있도록 올 리모델링을 한 상태다.
저 자리에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어른들이 한 마디씩 하신다.
"춥다 집에 들어가거라"
미남이는 그래서 어른들이 가까이 오는 걸 경계한다.
과일트럭 사장님이 상자 가져오실 때도 길고양이처럼 경계하는 눈빛으로 잔뜩 긴장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키는 대로 순순히 상자 안에 얌전히 있다가 의도롤 간파한 뒤에야 답답한 장갑도 벗고 무장해제하고서 나오면서 말했다.
"함머니 저 샤당님은 탁하죠? "
긴장이 풀리자 오고 가는 차마다 인사를 건넨다.
"네미콘타야 안넝 또와"
"덤프트더가 달 가"
세 살 녀석은 휴대전화 번역기로도 해결이 안 되는 난해한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은 단순 명료하고 평소에 무한반복되는 말들만 쏟아냈다.
그리고 차가 안 올 때는 중간중간 추임새를 곁들인다.
"함머니 타당해요 "
추운데 저를 위해 마냥 서있는 나를 사랑고백으로 위로할 줄도 아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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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차 찾아서 아파트 공사장으로 지하철 공사장으로 쫓아다니는 날 보고 미남이 엄마는 말했다.
"이모, 아는 집 아이는 기차를 좋아해서 고속열차 지나는 역까지 간다는데 그나마 중장비차 사랑이 더 낫지 않아?"
"할머니는 내 마음도 몰라주고,,,,,,"
녀석이 요즘 자주 하는 말이다.
미남이 엄마도 내 속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고속열차면 차라리 돈 내고 태워라도 줄 수 있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수천 수만번 보는거 말고
난 떡하니 높은 운전석에 녀석을 앉혀 우쭐우쭐 승차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가깝게 하기엔 너무 먼 중장비차님이라 못 태워주는 나는 애가 탔는데
두둥~~~
네 살 봄,
우리 동네 교회를 증축하는 공사장이 생겼다. 그 맞은편에서 중장비차 구경하며 몇 시간씩 며칠을 내내 앉아 있었더니 꿈은 이루어졌다.
어린이집 가방보다 미남이 엉덩이는 소중하니까
녀석이 레미콘차 운전석에 올라앉아 덤으로 새우깡 한 봉지까지 받아 드는 꿈같은 순간이 드디어 왔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