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시민의 말과 글을 좋아합니다. 그는 글을 쓰듯이 말하고 말하듯이 글을 씁니다. 그의 말은 완전한 문장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적확한 표현을 위해서 세심하게 고른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단문으로 쓰인 그의 글은 쉽게 읽힐 뿐만 아니라 단단한 힘도 갖추고 있습니다. 말과 글이 너무나 일치하다 보니 그의 글을 읽노라면 그가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부러운 능력입니다.
그의 팬으로서 새로 낸 책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이전에도 그의 책이 상당수 출간되었던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익숙하지 않은 판형에 잠시 당황했습니다. 가로길이는 좁고 세로 길이는 길쭉합니다. 국판인데 오른쪽을 손가락 한마디만큼 잘라낸 크기입니다. 크기가 작아진 덕분에 한 손에 쥐고 읽기는 편합니다. 표지의 일러스트는 단순하지만 특이합니다. 깔끔한 흰색 바탕에 입자의 궤적을 의미하는 듯한 도안이 그려져 있습니다. 내지 편집도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합니다. 약간 날 선 느낌의 글꼴이지만 취향의 차이일 뿐입니다. 역시 전문 출판사에서 만든 책은 잘생겼습니다.
책의 내용은 제목과 동일합니다. 뒤늦게 과학을 접한 문과 남자의 아쉬움과 후회, 깨달음의 놀라움과 기쁨으로 시작해서 자신이 공부한 과학의 진리를 풀어냅니다.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을 고루 다루고 있습니다. 지구과학이나 천문학이 빠져 있지만 이만하면 대강의 과학은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하는 글이니 새로운 사실은 없습니다만 중간중간 저자의 감상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진리체계로는 함량 미달인 문과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엄밀한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에 대한 헌사가 책의 주제입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무식한 문과 것들아, 과학을 공부해라!'라는 말입니다. 저는 이과 남자라서 유시민 작가의 주장이 그리 와닿지도 않고 너무 호들갑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과학을 소재로 하는 쉽고 재미있는 에세이를 찾으신다면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