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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Oct 02. 2023

경영 컨설턴트를 선생님으로 부르는 연유는?

경영 컨설턴트의 호칭

2000년대에 컨설턴트 생활을 시작한 저에게 처음 부여된 호칭은 ’ 선생님‘이었습니다. 물론 당시만 해도 어린 나이 때문에 ‘님’ 자를 생략한 ‘선생’이라고 불리는 적이 더 많았습니다만 대체로 그러했습니다.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어쏘시에이트 컨설턴트와 같은 정식 직급이 있었건만 곧이곧대로 부르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습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처음에는 굉장히 쑥스럽고 어색했습니다. 지금은 의미가 바랬지만 당시의 선생님은 스승에 대한 존경과 공경의 의미를 담은 단어였기에 들을 때마다 부담스럽고 오글거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저보다 나이가 많은 고객사 직원이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라면 그 쑥스러움은 배가되었습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의 무게


제가 부담스러워 하건 말건 컨설턴트들은  서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렀습니다. 제가 일하던 컨설팅사만 유별난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같은 프로젝트에서 일하게 된 타사 컨설턴트도 서로를 선생님으로 부르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팀장 이상으로 승진해서야 비로소 직급으로 불려졌고, 그전까지는 모두가 공평하게 선생님이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었습니다. 박사 학위가 있는 분들은 직급과 상관없이 무조건 박사님으로 불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컨설팅 업계에서 컨설턴트의 호칭으로 선생님이 사용된 유래는 불명확합니다. 업계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그 이유를 아는 분이 없었습니다. 정확한 연유를 알 수는 없으나 본인이 컨설팅을 시작했을 때부터 그러했다는 증언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의 연식으로 짐작해 보면 최소한 1980년대부터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써온 것이 확실합니다.


확실한 기록이 없으니 그 연유는 상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컨설턴트라는 정식 명칭이 사용되지 않은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자주 부르기에는 너무 깁니다. 하루에도 여남은 번은 불러야 하는데 성명보다 긴 네 글자의 호칭은 부담스러울 수밖에요. 가까운 사이라면 김컨, 이컨, 박컨으로 줄여 부를 수도 있지만 이도 친해진 이후라야 가능합니다. 더구나 호칭에 직급을 나타내는 수식어가 붙으면 더욱 곤란합니다. 컨설턴트가 승진하면 시니어 컨설턴트 혹은 어쏘시에이트 컨설턴트로 호칭이 바뀌는데 부르는데 들어가는 수고는 갑절로 늘어납니다.


컨설팅사에서 널리 쓰이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회계법인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저의 추정입니다. 지금도 대형 회계법인이 컨설팅을 겸하고 있습니다만 과거는 이들의 시장점유율과 영향력이 더욱 높았습니다. 저만의 특수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만 2000년대에 만난 컨설팅 선배의 사분의 일은 컨설턴트 이전에 회계사를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역시 불분명한 연유로 회계법인에서 사용되던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전직한 회계사를 따라서 컨설팅사로 옮겨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짐작입니다.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를 쓰면서 해외의 경우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만 호칭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보지 못했습니다. 박사와 비슷한 경칭인 Sir를 제외하면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무튼 컨설팅 업계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여전히 무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호칭이 담고 있는 중압감과 책임감만 줄었다고나 할까요. 다시 예전처럼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부담스러운 날이 되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전국의 선생님들, 부디 편안한 추석 보내시길!




이 글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저자의 감상을 적는 시리즈물의 일환입니다. 시리즈물의 취지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 B컷#1. 구성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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