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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Nov 13. 2023

책소감 -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음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작가는 특수 청소부입니다. '특수'라는 단어가 붙은 그의 청소는 범상치 않습니다. 고독사나 자살 때문에 발견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된 시체가 부패하면서 악취와 오물로 엉망이 된 장소, 살인범의 범행으로 튀긴 피가 낭자한 범죄 현장, 우리에 갇힌 채 방치되어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굶어 죽은 수십 마리의 고양이로 썩고 있는 방안, 정신적 이슈로 오물을 버리지 않아서 쓰레기 산이 되어버린 집 등을 청소합니다. 


저자가 특수 청소를 한지는 10여 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청소를 하면서 범상치 않은 현장을 마주했기에 웬만하면 눈하나 깜짝거리지 않을 정도로 단련이 되었겠지요. 청소를 할 때마다 매번 놀랐다면 맨 정신으로 지금까지 해왔을 리 만무합니다. 그런 강철 멘털을 가진 저자마저도 놀라게 한 20여 가지의 청소 사례를 선별해서 펴낸 에세이집입니다. 


글의 소재와 표현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만 저자의 메시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발생한 죽음을 자극적으로 부각해서 시청률 장사를 하는 저열한 미디어들과 달리 작가는 시종일관 담담한 시각으로 현장을 묘사하고 감상을 이야기합니다. 죽은 자가 누구였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파헤치기보다는 죽은 자가 남긴 흔적을 통해서 그 혹은 그녀가 처했던 안타까운 상황을 유추하고 그들의 아픔을 공감합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눈길이 간 것은 저자의 화려한 문체입니다. 저자의 이력을 모른 채로 읽었기에 '아니 무슨 청소부가 글을 이렇게 잘 쓰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가끔씩은 비극적인 내용을 다루는 문장에 너무 기교를 부린 것이 아닌가 싶어서 거부감이 생길 정도로 저자의 글솜씨는 범상치 않습니다. 나중에 찾아본 저자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가 문학을 전공했고 한때는 대필작가 생활을 했다기에 납득했습니다. 부러운 재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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