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의 우두머리가 된 여성
언스트앤드영이 Big4 회계법인 중에서는 처음으로 여성을 수장으로 임명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현직 수장은 컨설팅 분리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2024년 7월부터 재닛 트룬칼리가 언스트앤드영을 이끕니다. 재닛 트룬칼리가 Big 4 회계법인에서 회장과 대표이사를 겸하는 최초의 여성이라고 합니다. 여성이 둘을 겸하는 첫 사례라고 하니, 대표이사 혹은 회장 하나만 맡은 경우는 있었다는 소리입니다. 궁금증이 생기면 풀어야지요. 4개 법인에서 그러한 경우가 있었는지 찾아봤습니다.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를 임명한 법인은 딜로이트입니다. 캐서린 엔젤버트라는 여성 회계사는 1986년에 딜로이트에 합류했고, 딜로이트 감사법인의 대표를 거쳐서 2015년 3월부터는 딜로이트 전체의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녀는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2019년에 딜로이트를 떠났는데, 그 이후의 행보가 이색적입니다. 그녀는 전미여자농구협회(WNBA)의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그녀가 과거에 대학교 농구팀에서 주장 역할을 했다고는 합니다만 30여 년 경력의 회계사가 농구협회장이라니 뭔가 이질적인 느낌입니다.
KPMG도 2015년 7월에 린 도티를 KPMG 미국의 회장 겸 대표이사로 임명했습니다만 그녀의 관할 범위는 미국에 국한합니다. 그녀가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시장을 총괄했으니 대단한 자리를 맡은 것은 분명합니다만 KPMG 글로벌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으니 딜로이트의 캐서린 엔젤버트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최초의 여성 회장을 임명한 법인도 딜로이트입니다. 샤론 손이라는 여성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임기로 딜로이트 글로벌의 회장직을 수행했습니다. 그녀의 뒤를 이은 또 다른 여성은 안나 마크스로 현재 딜로이트 글로벌의 회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남성 대표 이사가 따로 있기는 합니다만 4대 법인 중 경영진에서 여성의 입지가 가장 탄탄한 곳은 딜로이트로 보입니다. 그 반대는 PWC인 것 같습니다. 여성이 대표이사와 회장 역할을 수행한 기록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실 특정 성별을 이유로 평가가 달라지거나 승진 여부가 결정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여성 파트너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들으면 거부감부터 생깁니다. 인과관계를 따져보고 하는 주장인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여성 컨설턴트가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팀장, 이사를 거쳐서 파트너까지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선결되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빈약한 인재풀을 뒤지며 한탄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 왔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Big 4에는 여성 수장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염불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잿밥만 찾지 말고 남녀가 모두 행복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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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된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987년 | 회계법인 Big 8의 컨설팅 사업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