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의 공공부문 컨설팅
최근에 보도된 11월 6일 자 기사에 따르면 베인 캐피털은 미국 컨설팅사인 가이드하우스(Guidehouse)를 부채를 포함해 53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무려 7조 원에 육박하는 메가딜입니다. 매각 대금이 베인 앤드 컴퍼니의 한해 매출과 비슷한 규모이니 꽤나 담대한 투자입니다. 베인 캐피털은 베인 앤드 컴퍼니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사모펀드이니 컨설팅사 2개가 합병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 딜로 컨설팅사의 랭킹이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너무나 큰 규모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가이드하우스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검색을 해보니 설립된 지 불과 5년여 밖에 되지 않은 컨설팅사입니다. 2018년에 PWC 미국이 공공사업부문을 분리해서 베리타스 캐피털에 매각했고, 매각 이후에 바꾼 사명이 가이드하우스입니다. 매각되기 전 PWC 미국의 공공사업부문은 국방부, 국토안보부, 재향군인회, 지방 정부 등 다양한 미국 정부 기관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직원수는 약 1,500명이었고 2016년 기준 매출은 4.5억 달러로 알려졌습니다. 베리타스 캐피털은 가이드하우스를 5억 달러에 사서 53억 달러에 팔았으니 5년 만에 10배를 벌어들인 성공적인 거래를 했습니다.
PWC가 공공사업부문을 매각한 이유는 불분명합니다만 아마도 이해상충에 따른 독립성 이슈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공공기관에서 벌어들이는 컨설팅 수익 규모와 컨설팅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회계감사 수익 규모를 저울질하다가 회계감사를 선택했겠지요. 어쩌면 수익 규모와 상관없이 정치적인 판단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감사와 컨설팅 파트너 간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한 감사 조직이 컨설팅을 밀어냈을 수도 있고 감사 조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영업하고 싶은 컨설팅 파트너의 독립 선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가이드하우스의 매출액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50억 달러에 팔릴 정도라면 꽤나 번창하는 사업으로 보입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 컨설팅 사업의 역사는 꽤나 오래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도 다루었지만 1939년의 제2차세계대전을 계기로 급격하게 성장했으니 90년을 훌쩍 넘은 셈입니다. 그동안 공공부문의 민간에 대한 외주 비중이 착실하게 증가하면서 정부 상대의 컨설팅 사업은 무시하지 못할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정확한 매출 비중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맥킨지, BCG, 베인이 벌어들이는 돈의 상당 부분이 공공 컨설팅에서 나오고 있으며, 부즈 앨런 해밀턴의 경우는 절대적으로 공공사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 컨설팅이 활황이라는 사실은 미디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컨설팅사에 의존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컨설팅사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부터 정부 대상 컨설팅으로 확보한 기밀 정보가 민간 기업에 대한 컨설팅에서 유용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까지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막대한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반증입니다.
특이하게도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대상 컨설팅은 그리 큰 규모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정확한 통계치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만 제가 거쳐온 컨설팅사의 매출에서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았습니다. 맥킨지가 수행했던 서울시 컨설팅, BCG가 했던 KBS 컨설팅처럼 몇몇 사례를 보기는 했지만 민간부문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좋아할 일인지, 돈 벌 기회를 날린 컨설턴트로서 슬퍼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저자의 감상을 적는 시리즈물의 일환입니다. 시리즈물의 취지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이 글과 관련된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939년 | 컨설팅 성장의 교두보, 제2차세계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