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컨설팅사
컨설팅사가 미디어에 보도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주목받는 신기술에 대한 소개나 향후 경기 전망 등에 대한 리서치 결과나 인터뷰를 인용 보도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기사에 등장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주제는 컨설턴트 출신 대표이사들에 대한 소개입니다.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룬 사례는 위기의 IBM을 구해낸 루 거스너입니다. 그는 맥킨지 출신으로 아멕스, 나비스코의 CEO를 거쳐서 IBM의 CEO로 취임해서 역사상 최악의 적자를 거듭하며 무너져가던 IBM을 되살려 냈습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국내에도 수십 명을 훌쩍 넘습니다. 대기업에서 현재 CEO를 하시는 컨설턴트만 해도 20여 명에 달합니다. 맥킨지 출신의 SK E&S 대표 유정준씨, 보스턴 컨설팅 출신의 SKC대표 박원철씨, 커니 출신의 LG CNS 대표 현신균씨,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의 이마트 대표 강희석씨 등 모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컨설팅사 출신이 CEO가 되는 경우가 정말로 많을까요? 흥미로운 분석 데이터가 있어서 소개하려 합니다. 포춘 500대 기업을 기준으로 어떤 회사 출신이 CEO가 되었는지를 분석해 본 결과,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5개 기업은 모두 컨설팅사였습니다. 영광의 주인공은 맥킨지, 베인 앤드 컴퍼니, 보스턴 컨설팅 그룹, 커니, 올리버 와이만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데이터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CEO를 배출했냐가 아니라 임직원 중에서 CEO가 된 비율을 따졌다는 점입니다. 해당 회사의 직원이 CEO가 될 확률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맥킨지 7.10%, 베인 앤드 컴퍼니 6.67%, 보스턴 컨설팅 그룹 6.03%, 커니 5.6%, 올리버 와이만 5.3%입니다. 즉, 이들 5개 컨설팅사의 컨설턴트 100명 중 5명 이상은 CEO가 되었습니다. 대단합니다.
컨설팅사 출신이 CEO가 되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검증을 하기는 불가능합니다만 몇 가지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컨설턴트의 "능력"입니다. 상당수의 컨설팅사가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데 공을 들입니다. 모든 컨설팅사가 그러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위에서 언급된 전략 컨설팅사는 소위 명문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을 뽑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물론 성적이 우수하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적 능력은 검증된 인재를 뽑는다는 말입니다. CEO에 요구되는 자질이 지적 능력만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자질 중의 한 가지는 충족하는 인재들이 컨설팅사에 있다는 말씀입니다.
두 번째로 컨설턴트의 "경험"을 꼽을 수 있습니다. 컨설턴트는 여러 분야의 산업에서 다양한 종류의 컨설팅을 하면서 역량을 쌓을 수 있습니다. 신입 컨설턴트에서 시니어로 올라가면서는 특정 산업과 주제에 집중하며 전문성을 더욱 강화합니다. 경력이 오래된 컨설턴트는 때로는 고객사의 임직원만큼이나 해당 사업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기도 합니다. 상당수의 프로젝트에서 CEO나 임원을 상대하므로 그들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요.
세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컨설턴트의 "관계"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드러나지 않고 묻혀 있다면 CEO에 선발되기 어렵습니다. 업계에 이름이 알려져야 하고, CEO 선임권이 있는 이사회나 대주주의 관심을 받아야 합니다. 다양한 업계 사람들을 만나는 컨설턴트는 이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많겠지요. 실제로 프로젝트를 하다가 고객사의 눈에 들어서 스카우트되는 경우는 빈번합니다. 대표이사로 뽑힌 경우는 못 봤습니다만 팀장 혹은 임원급으로 가는 경우는 다수 목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컨설턴트의 "퇴사"가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컨설턴트의 퇴사율은 굉장히 높습니다. 지금까지 관찰한 경험에 따르면 일반적인 재직연수는 3~4년 정도입니다. 한두 번의 승진을 한 이후에는 더 좋은 기회를 찾아서 다른 컨설팅사로 가거나 커리어 전환을 해서 다른 산업으로 향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대기업에 비해서 컨설팅사의 임직원수는 적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니 그중에서 CEO로 임명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혹여나 CEO가 되려고 컨설턴트가 되겠다는 생각은 마시길 바랍니다.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리는 없고 선후관계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입니다.
이 글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저자의 감상을 적는 시리즈물의 일환입니다. 시리즈물의 취지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이 글과 관련된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2년 | PWC컨설팅을 인수한 빅블루 『IB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