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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Sep 21. 2023

경영 컨설팅 회사의 위기

중견 경영 컨설팅 회사의 고충

# 의사도 병에 걸린다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경영 문제의 해결사인 컨설팅사도 경영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훌륭한 의사도 생로병사를 피하지 못하듯이 뛰어난 컨설팅사도 이런저런의 이유로 사업의 부침을 겪기 마련입니다.


사실, 컨설팅의 사업 모델은 간단합니다. 삼성전자처럼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현대자동차처럼 대규모 생산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쿠팡처럼 거대한 물류망을 갖출 필요도 없습니다.


고객사에서 컨설팅 계약을 수주하고, 계약 조건에 맞춰서 조언을 제공하고 계약한 수수료를 받으면 됩니다. 영업과 납기라는 2박자만 맞추면 되니 설마 무슨 문제가 생길까 싶기도 합니다.


# 컨설팅 외줄 타기

하지만 영업과 납기의 2박자를 잘 맞추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일감과 인력의 규모를 항상 맞추는 일입니다. 영업이 너무 잘되어서 일감이 넘쳐나도 인력이 부족하면 매출로 연결하지 못하니 헛수고입니다. 영업이 안돼서 일감이 부족하면 더욱 큰일입니다. 사무실에서 대기하는 컨설턴트는 비용일 뿐입니다. 일감과 인력을 맞추는 외줄 타기와 같아서 어느 한쪽이라도 삐끗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컨설팅 프로젝트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기에 관리의 난이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1달 미만의 힘든 단기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1년 이상의 지겨운 장기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수많은 컨설턴트로 구성된 번잡한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혼자만 하는 고독한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규모와 기간이 천차만별인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에 맞춰서 컨설턴트를 투입하고 돈을 남기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컨설팅사는 굉장히 촘촘한 경영 관리 체계를 운영합니다. 연간, 반기, 분기, 월단위의 계획 수립과 실적 집계는 기본입니다. 주단위로 프로젝트에서 벌어들인 돈과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계산해서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합니다. 개별 프로젝트부터 세부 조직 단위, 그리고 전사의 수익성을 항상 점검해서 문제를 예방합니다.


# 중견 컨설팅사의 고충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는 컨설팅사가 많습니다. 심하면 문을 닫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은 중견 컨설팅사에 집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견 컨설팅사라 하면 컨설턴트의 인원수를 기준으로 4,000명 내외를 뜻합니다. Big 4 회계법인의 컨설팅 조직과 MBB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대형 컨설팅사에 속하고, 특정 권역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부띠끄 컨설팅사는 너무 작아서 이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딜로이트와 PWC에 인수되기 전의 모니터그룹과 부즈앤드컴퍼니, 현재의 Kearney, 롤랜드버거, 아더디리틀, LEK 등이 여기에 해당하겠습니다. Top Tier는 아니지만 글로벌하게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갖추고 있는 컨설팅사라고 할까요.


흔히 사용되는 경영 컨설팅사 분류


2014년에 PWC에 인수된 부즈앤드컴퍼니가 매각 당시에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는지는 불명확합니다. 상장회사가 아닌 파트너십이라서 외부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적이 우수하거나 향후 전망도 밝은 사업이라면 굳이 매각을 했겠나 싶습니다. 롤랜드버거도 심심치 않게 인수합병 소문의 대상입니다. 2010년에는 딜로이트와, 2013년에는 언스트앤드영과 인수 조건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유서 깊은 컨설팅사인 커니와 아더디리틀도 과거에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커니는 SI회사인 EDS에 1995년에 인수되었다가 2005년에 경영진 바이아웃(MBO) 방식으로 독립했는데, 2008년에 재무 위기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더디리틀도 2000년대 초반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했고, 프랑스의 SI회사인 알트란 테크놀로지에 매각되었습니다. 2011년에 경영진 바이 아웃(MBO) 방식으로 독립했지만 과거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입니다.


# 인수하거나 인수당하거나

이러한 중견 컨설팅사가 빈번하게 어려움을 겪는 첫 번째 이유는 어중간한 규모에 있는 듯합니다. Big4에 해당하는 딜로이트, PWC, 언스트앤드영, KPMG의 전체 직원수는 40만 명에 육박하니, 컨설턴트 숫자도 5~1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MBB인 맥킨지앤드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드컴퍼니의 컨설턴트 숫자도 1만 명을 넘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중견 컨설팅사가 이들의 절반도 안 되는 컨설턴트로 글로벌의 전체 지역을 커버하거나 모든 산업과 주제를 다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라면 역시 어중간한 이름값에 있습니다. 이 회사에 다니는 컨설턴트라면 펄쩍 뛸 노릇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Top Tier 대비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름값은 곧 단가와 직결되니 같은 일을 하더라도 벌어들이는 돈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값이라면 유명한 회사를 쓰는 일은 인지상정입니다. 벌어들이는 돈이 적으니 외부의 충격에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닷컴버블, 금융위기 등은 모든 컨설팅사가 동일하게 겪은 일이지만 항상 그 결과는 공평하지 않았습니다. 대형 컨설팅사가 움찔할 때, 중견 컨설팅사는 휘청거리기 마련이었습니다.


중견 컨설팅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던 데로 열심히 성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입니다. 결국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더 큰 회사와 합쳐서 몸집을 키우는 길을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규모가 큰 컨설팅사로 쏠리기보다는 다양한 컨설팅사가 난립해서 경쟁하는 시장을 희망합니다. 그래야 보는 즐거움도 있고, 선택의 재미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 글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저자의 감상을 적는 시리즈물의 일환입니다. 시리즈물의 취지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 B컷#1. 구성 구상

이 글과 관련된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983년 | 경영대학원의 전진,『모니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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