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아진이에게

언젠가의 6월 2일 가영언니가

by 온가영

편지지 너무 이뿌다! 나도 마침 며칠 전 이내언니의 책방에 놀러갔다가 일본 친구가 직접 만들었다는 엽서를 사왔지 뭐야. 오랜만의 편지가 너무너무 반가웠고 고마웠어. 다시한번 편지의 힘을 느꼈네! 평소엔 이런 오글거리는 말투 안쓰는데, 편지엔 왠지 그렇게 쓰게 되서 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아(ㅋㅋㅋ).


그러게, 너도 벌써 스물아홉이라니! 있잖아, 지나고 보니까 그 때의 시간에 힘들었던 건 별로 기억이 안나고 재밌고 즐거웠던 일만 기억이 나더라. 그때의 난 곧 서른이 될 나이에 막연한 불안이 밀려와서 언니들을 찾아다녔었는데, 걱정하던 시간의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있고 오히려 좋은 언니들을 만나서 ‘이 언니 멋지다…!’ 생각했던 순간들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신기하지. 우리 걱정은 조금만 하고 행복한 일들을 찾자.


언젠가의 글쓰기 주제가 ‘산책’이었던 적이 있는데, 어떤 작가님이 산책을 하면서 행복을 하나씩 발견한다고 쓰신거야. 나는 산책을 생각했을 때 ‘목적없이 걷는 것’이라고 적었었거든(ㅋㅋㅋ). 일상을 대하는 방식이 이렇게나 다르구나, 하는 생각에 무작정 집 앞 온천천에 나갔지. 막상 갔더니 해 질 무렵 물에 비친 노을이 너무 예쁜거야. 바람도 선선하고, 이어폰에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니까 너무 평화로운거야. ‘이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내가 그냥 흘려보내던 화나고 슬프지 않은 시간이 모두 행복인데. 그래서 매일 조금씩 의식적으로 찾아보기로 했지. 그렇게 보면 니가 보낸 편지를 읽은 시간은 엄청난 행복이고, 이 편지를 쓰고 있는 것도 행복이고, 다 쓰고 나서 맥주 한 캔 깔 생각도 행복이고(ㅋㅋㅋ). 서로에게 편지로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행복이겠다.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멋진 사람이니 걱정은 조금 내려두자! 나 너무 행복전도사 같은가?


마지막으로, 나 너네집 집들이 제일 재밌게 즐긴 사람이라.. 그렇게 크게 웃은게 얼마만이람, 아직도 아른거리네. 자주 초대해줘! 편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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