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내친구 뀽뀽맘에게

언젠가의 5월 3일 너의 친구 가영

by 온가영

HI, HYE! 예전 편지에서는 매번 이렇게 시작한 것 같은데 이제는 ‘뀽뀽맘'이 익숙한 다혜야, 안녕!


세 가지 주제가 있었거든? ‘존경하고, 보고 싶거나, 처음 만난’. 이 중에 네가 두 개나 해당하지 뭐야. 내 1호 조카 명훈이의 ‘엄마’인 여성이어서 너무 존경하구, 또 보고 싶더라. 고딩 때 야자시간에 나 화장실 무서워서 혼자 못 간다고 했다가 너한테 혼났던 건 아직도 기억나. 그때부터 나한테도 엄마 같았지. 대학 들어와서 우연히 같은 동네라 너네 집에서 신나게 놀다 자고는 알바 지각했던 일도 갑자기 떠올랐다! 하필 알바 첫날이라 식겁했는데. 너 그때 집 근처 할머니 포차에 떡볶이 좋아했었는데, 기억나? 다른 친구네는 그냥 막 들어갔던 반면, 너네 집엔 입장하자마자 네가 손발 씻으라고 그랬잖아. 나 그게 습관이 돼서 요즘에도 어디 들어가면 바로 욕실부터 간다. 그 시절 다혜라는 두 번째 엄마가 내 습관을 들여줬구나.. 역시.


이십 대에 결혼하고 엄마가 된 너를 보면서 한때는 걱정을 많이 했었어. 카페에 가면 달다구리 한 디저트까지 꼭 시켜서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던 네가 친구도 없는 타지에서 매일 집에서만 아가를 키우고 있을 때 말이야. 오빠도 바쁘고, 아가 키우는 것도 처음인데, 부모님도 멀리 계시고 코로나까지 닥치니 우울감이 올 수밖에 없었겠더라. 문득 네가 떠오를 때 전화라도 하고 싶은데 혹 아가 깨울까 봐, 너 쉬는데 방해할까 봐 괜한 걱정에 문자만 남기고 너는 한밤중이나 새벽 어스름에 겨우 훈이를 다시 재웠다고 답장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가끔 얼굴 보러 가서 네가 설거지하는 동안 훈이 안고 있는 게 다였지만 -오히려 나 때문에 설거지가 더 많이 쌓였지만-, 갔다 올 때마다 너네 오빠가 나한테 다혜 보러 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연락이 와서 ‘가길 잘했다’ 생각하면서도 네가 그동안 정말 힘들어했나 보다, 느꼈어.


힘들었던 시기를 잘 견뎌낸 엄마로서의 다혜가 존경스럽다. 이제 훈이가 좀 커서 쉬도 가리고 말도 하니까 옆에서 보는 나도 어찌나 대견한지. 다음에 훈이 만나면 ‘엄마한테 잘해~' 하고 한 번 말해둘게. 네 살짜리 훈이가 그 뜻을 알아챌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또 요즘 한결 여유로워진 네 마음이 눈에 보여서 나도 마음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저번엔 내가 오히려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을 다 털어놔버렸지. 내가 하는 이야기들, 단어만 말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는데. 그 친구 한 명이 곁에 없어서 그동안 나도 조금 힘들었나 봐. 가정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도 바뀌고 삶의 중심도 바뀌다 보니 어쩔 수 없겠지, 하면서도 조금 더 자주 보고 싶다. 이번 휴가 때도 놀러 갈게. 수다 많이 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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