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랜선 친구 명희 씨에게

언젠가의 5월 4일 랜선 친구 가영 보냄

by 온가영

안녕, 명희 씨! 내 제일 신기한 인연은 바로 당신이에요. 요즘 매일 글쓰기로 편지를 쓰는데,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내적 친밀감이 가득한 그런 사람인 당신이 떠오르지 뭐예요? 평생 서로 편지를 쓸 일이 없을 테니, 이번 기회에 써보려 해요.


우린 인스타그램 안에서 서로를 알죠. 대체 처음에 어쩌다 알게 됐는지 이젠 기억이 안 나요. 제가 하던 밴드 초콜릿벤치 때문이었을까요? 박효신, 윤딴딴, 옥상달빛 콘서트나 라디오 청취 이벤트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우리 취향이 비슷하구나, 했어요. 코로나가 터지기 한참 전에도 택배기사님을 위해 집 앞에 마실거리를 둔 게시글로는 명희 씨의 따뜻한 마음을 봤고요. 하루가 멀다 하고 조카들이 명희 씨를 따르는 영상이 올라오면 흐뭇하게 보다 언제부터인가 댓글도 DM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네요. 이상하게 SNS에는 보수적인 저에게 유일한 온라인 친구예요.


명희 씨 피드에는 항상 밝고 씩씩한 에너지가 느껴져요. 물론 SNS에서 보는 모습일 뿐이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조카들과 놀아주고, 엽기 표정을 지으며 남편과 사진 찍고, 요즘은 얼마 전에 태어난 첫 딸 육아에 힘들 텐데 웃픈 멘트로 승화시키는 명희 씨 에너지에 동갑내기인데도 멋진 언니를 보는 느낌이에요. 첫 시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의 탄생일을 축하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되어 아이로 가득해진 피드를 보는 게 쉽게 생기는 인연은 아니겠지요. 언젠가 명희 씨의 피드가 갑자기 없어지거나 한다면 걱정스럽기도 하고 궁금해질 것 같아요. 그래도 어디선가 또 씩씩하게 자기의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할게요.


우리 이렇게 평생 서로를 먼 타지에서 응원하며 바라보겠죠? 아주 작고 문득 떠오를 마음이겠지만 가끔 남기는 댓글로 서로를 확인하고 안녕과 평안을 지켜보며 지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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