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엄마아빠에게

언젠가의 5월 2일 가영 드림

by 온가영

안녕 엄마아빠, 딸래미야. 방금 카네이션 바구니 주문했어. 미니바구니인데 오만원이 넘더라. 그래도 조그마한 엄마 가게 정수기 위에 두면 예쁠 것 같애. 혹시 친구네 딸들은 어버이날이라고 오만원권이 가득 꽂힌 꽃바구니도 주고 그러려나. 그런데 나는 어제도 엄마가 사주는 소고기 먹었네. 내일은 엄마가 정기결제 해둔 미용실에서 단발머리도 다듬을거고. 따지고 보면 내가 따로 살 뿐이지, 진짜 독립한 것도 아니구나.


요즘 엄마아빠랑 같이 술 한 잔 하는 시간이 좋아졌어. 사실 전엔 자꾸 만나는 사람 있는지 물어봐서 싫었거든.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거 외엔 나한테 바라는게 별로 없었구나, 싶더라고. 나를 친구네 딸래미랑 비교한 적도 없고, 용돈을 달라고 한 적도 없고, 내가 하는 일을 탐탁치 않아하거나 내가 혼자 살림하며 사는 걸 걱정하지도 않고. 당장 결혼을 하라는 얘기도 아니고 그냥 만나는 사람 있는지 궁금할 수 있는건데. 만나는 사람 있다고 쿨하게 얘기하고 나니 별 것도 아니었구, 뭐.


또 아빠가 해 준 어린시절 얘기도 좋았어. 두부 사업을 준비했더니 전국적으로 석회두부사건이 터져서 사업을 접어야 했던 할아버지 이야기, 그 후엔 미군부대에서 수거한 면도날로 비행기 모양 연필깎이를 만들어 팔았던 이야기. 또 할아버지가 만든 불량식품을 할머니가 머리에 이고 좌천동 일대를 걸어서 어린 아빠와 같이 팔러 다녔던 이야기, 할머니가 머리에 인 것을 다 팔아야지만 손을 잡고 집에 올 수 있었다는 아빠. 글쓰기는 내가 아니라 아빠가 해야겠더라! 요즘 나도 매일 글쓰기를 한다고 아빠도 해보라고 얘기했을 때 마주한 엄마의 눈빛을 ‘우리 딸, 그런 것도 해? 대단하다!’라고 해석했는데 맞지? 후후.


오래된 커플, 우리 엄빠

독립한 지 3년도 안됐는데 가끔 보는 엄마아빠가 그새 더 작아져 있는 게 훅 느껴질 때면 마음 한 켠이 콩 내려앉아. 내 결혼식에 쭈글쭈글해져서 앉아있기 싫다는 엄마 말도 스쳐지나가고. 그런데 연락도 자주 안하고 미적지근하게 애교도 없다, 그치. 나중에 진짜 후회하지 말고 지금 잘해야지 생각해도 어렵네. 이모가 내 반찬 해줬다는 핑계로 내 얼굴 보려고 가게에 들르라고 하는 거 알아. 매일 바지런히 점심 도시락 싸서 열심히 먹고 엄마가 오라고 할 때 재깍재깍 가서 밥 한 끼 먹고 오는 게 그나마 요즘 제일 잘하는 일인 것 같애.


내가 나름의 이유로 슬프고 힘들어도 결국 다 괜찮을 수 있는 든든한 내 빽이 되줘서 고마워. 조금 더 얻어먹고 기대도 되지? 귀 파달라고 집에가서 무릎에 누워도 되지? 체했을 때 소화제 안먹고 민간요법 받으러 가도 되지? 그러려면 아프지 말구 튼튼해야 해. 귀 팔 때 손 떨면 피나는 거 알지? 엄마 특허 - 등 눌러주는 민간요법 하려면 관절도 튼튼해야 해. 가게도 오래오래 장사하려면 쉬어가면서 해야되구. 많이많이 사랑한다는 뜻이야!




2022년 5월 2일 가영 드림

2022년 5월 2일 가영 드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몸도 마음도 더 쎄지자! 'Sejinaz' vol.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