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Stolen Focus

by Focumble
화면 너머에서는 수천 명의 천재 프로그래머들이 우리의 주의력을 끌어당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이 나의 일을 너무 방해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중요한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알림을 끄지 못한다. 유튜브 숏츠를 보다가 새벽 2시가 넘어간 것에 놀라며 내일은 자기 전에 절대 영상을 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실패가 반복된다.


집중력 상실이 너무도 명확한 이 시대에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1. 집중력의 현재

책에서는 집중력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여러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자기 계발서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내용들이다.


Multi-tasking vs Task-switching

인간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하나씩 순차적으로 처리하므로 각 일에 다시 집중하는데 시간이 소모되고, 오류 확률도 늘어난다.


"몰입 Flow"의 손상

스키너 vs 미하이

스키너는 동물의 행동이 강화제/약화제를 통해서 조종 가능하는 이론을 연구했다. 이는 군중을 상대하는 마케팅, 설득의 기술 등에 사용되었다.

미하이는 인간의 행복은 주체적으로 선택한 한 목표에 대한 "몰입"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스키너의 이론에 충실한 마케팅과 설득의 대상이 되면서 우리는 특정 목표를 설정하고 몰입하여 이루어 나가는 자유를 점차 박탈당하고 있다.


잠들지 못하는 사회

우리 사회는 충분히 자는 사람을 게으르다고 여긴다.

4시간만 자도 된다고 하던 로널드 레이건, 마거릿 대처 모두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인류는 어두워지면 일시적으로 각성 상태가 된다. 어두워지면 힘을 내서 집으로 돌아와야 하던 옛 인류의 특성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잠들기 직전 스마트폰이 꺼진다. 불면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빈 시간의 범죄화 (Default Mode Network, DMN)

우리 사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창밖을 보고 있는 것을 한심하게 여긴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음악을 듣지 않거나 무언가를 보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Spotlight와 같은 집중이 생산성을 결정한다고 믿어져 왔으나, 집중하지 않는 상황에도 우리 뇌는 일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활동하는 뇌의 부분이 DMN이며, DMN은 기존 정보를 엮어 창의적 생각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딴생각을 하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본능이 심어진 것 같다. 이완 상태로 생각을 표류시키는 것도 즐거워할 줄 알아야 한다.



2. 집중력 손상의 원인 - 빅 테크 기업들

테크 기업들의 수익 수단은 "광고"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앱에 잡아두는 것이 곧 수익이다. 앱은 점차 발전했고, 우리는 TV를 틀어놓고 핸드폰을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스키너의 강화/약화 이론은 타인을 설득하고,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했다.

우리는 테크 기업이 보여주는 특정 콘텐츠에 머물거나, 그냥 넘기면서 우리의 선호도를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스키너의 이론들은 앱으로 만들어졌고, 우리가 앱을 사용할수록 앱은 우리가 더 오래 앱에 머무르도록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긍정적이고 평온한 감정보다 두려움과 부정적인 감정을 더 강렬하게 느끼는데, 온건하게 시작되었던 사고와 이념은 앱의 유인에 따라 극단으로 이끌어지는 경우가 많다.


산만함에 불을 지피다

부정적이고 잔인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사고와 이념이 극단으로 치달아 사회의 위기를 일으킬 만큼 위험한 결과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주의를 분산시키고, 앱에 매달아 두는 것이 기업의 광고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기업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



3. 해결책

책에서는 개인이 집중력 손실에 대한 현실을 자각하고 빅 테크 기업들의 악영향을 깨닫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납페인트가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납을 금지했던 것처럼, 빅 테크 기업의 악영향이 분명한 만큼 기업들의 수익 수단을 사회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 단위

스마트폰에는 방해금지 기능이 있다.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을 때 단호하게(?) 방해금지 모드 버튼을 눌러야 한다.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밤에 잠을 잘 자고, 멀티태스킹보다는 순서를 정해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등 개인 단위의 노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화면 반대편에는 그런 우리의 의지를 꺾고 집중력을 해치려는 수많은 천재 프로그래머들이 있다.


사회 단위

우리는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되는 많은 물질들을 사회적으로 금지해 왔다. 납페인트에서 납을 뺐고,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프레온 가스의 사용을 금지했다.

여러 빅 테크 기업들이 사람들의 주의력을 빼앗는 해악이 분명하다면 수익 창출 방식을 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맞이 않을까?



4. 집중력과 관련된 추가 고찰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

원시 인류는 생존에 위협이 되는 상황(곰에게 쫓길 때)에서 당연히 뇌, 면역 체계 등으로 가는 에너지(혈류)를 눈과 근육으로 집중시키는 쪽으로 진화했다. 이런 상황이 흔하지는 않았지만, 발생 시엔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격하게 분출되며 신체의 모드가 바뀌었다.

현대 인류는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에 취해 산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은 1년 내내 곰을 앞에 두고 있는 것과 같다.

핀란드에서 기본 소득을 제공하는 실험을 하였다. 의식주에 대한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수준에 이르자, 다른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 4일 근무를 적극적으로 시행한 회사에서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더 높아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휴식을 통해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자 더 창의적인 방법들이 실행되었다.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

식료품과 관련된 회사들도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중독적이고 보기 좋은 식료품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야채와 과일, 육류와 생선을 제외한 모든 가공식품들은 우리의 집중력을 저해한다.

가공식품들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떨어뜨리는데, 급격한 혈당의 저하는 다시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을 찾도록 만들며, 인슐린 저항성을 생성한다. 혈당의 큰 변화 폭은 뇌의 발달을 저해한다는 보고도 있다.


잘못된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 진단

ADHD는 최근 급격하게 그 진단 수가 늘었다. 이에 대해 유전학적, 생물학적 원인이 주로 연구되었으며, 치료제로 각종 각성제가 사용된다.

ADHD는 진단보다는 증상에 가깝다. ADHD에 각성제를 사용하는 것은 폐렴 환자에게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아닌 기침억제제를 주는 것과 유사하다.

ADHD의 원인은 환경에 있는 경우가 많고, 그 환경이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각종 원인들을 말한다. 특히 부모가 겪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아이나 어른이나 스트레스의 완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지자"가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지지자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ADHD가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

어릴 때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자신을 달래주고 진정시켜 줄 어른이 필요하다. 이렇게 위로받는 경험을 충분히 하고 나면, 시간이 지나 성장해 혼자서 자신을 달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타인에게 받았던 안심과 이완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ADHD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각종 각성제는 필로폰 중독의 치료에 사용되는 (니코틴 패치처럼) 물질과 동일 성분이다. 내성이 발생할 수 있고, 아이들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많은 어른들이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서 아이들의 ADHD가 발현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어른들에게도 "적극적인 지지자"가 필요하고, 삶의 스트레스가 완화되어 아이들에게 지지자가 되어줄 수 있을 때 근본적인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다.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감금된 아이들

지금처럼 아이들이 밖에서 어른들의 감시 없이 노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전례가 없다. 아이들끼리 밖에서 노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역사적으로는 이상한 아이디어다.

우리는 어른의 규칙에 따라 아이들이 놀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창의력 발달, 혼자 해내는 쾌감, 주고받는 관계의 성공에서 오는 각종 자율성 발달과 성취감을 박탈했다.

"부모가 바뀌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들의 감시나 도움 없이 자녀가 뭔가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뿐이에요. 아이들이 꽃 피는 모습을 보면 나중에 보무들은 왜 진작 아이들을 믿어주지 못했는지 의아해해요"


마치며

사회 전체적으로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과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가만히 외부 자극 없이 생각하는 시간은 쓸데없는 시간으로 여겨지고 있고, 읽는 것도 생각하게 만드는 글보다는 정보 습득이나 재미를 위한 읽기가 훨씬 많다. 오징어 게임, 수리남, 더 글로리, DP 등 대형 콘텐츠이고 명작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그냥 빠르게 흘러갔고, 유튜브는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정확히 저격해서 보여주지만 하루만 지나도 뭘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상의 순간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어른들께서는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그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나이가 들수록 더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말이다. 출처는 불명확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뇌의 부분이 나이가 들수록 덜 예민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상의 순간순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 무얼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움켜쥐고 놓기 싫은 인생이 엄청나게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주 4일 근무를 옹호하는 면이나, 빅 테크 기업/식료품 기업/제약 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집중력을 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면 등에서 이념적으로 편향된 모습을 조금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빼앗긴 집중력을 회수하기 위해 개인의 노력보다는 사회적인 변화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다양하다. 집중력에 대해 고찰함으로, 충분히 내 삶을 돌려받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아이들의 ADHD 치료를 위해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는 부모들도 생길 것이다.


책을 읽고 끄덕거리기는 쉬우나, 집중력을 되찾는 습관들을 세워 나가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힘든 첫걸음을 떼고 나면, 집중은 생산을 부르고 생산의 쾌감은 다시 집중을 강화시키는 선순환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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