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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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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윤규 Sep 06. 2022

나를 찾는 길

고유의 빛

요즘 들어 드는 고민이다.

난 왜 이걸 하고 있지.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려고 하는 거지.


이게 내가 생각하는 ‘자아실현’이 맞나?

이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건가?’


안다. 나도 분명히 알고 있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열심히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나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목표점을 잃어버린 나에게

구도의 길을 걷고자 하는 나에게

지금은 방향 상실감이라는

너무나도 큰 벽에 세워졌다.


앞으로만 가면 보일 줄 알았던 나의 모습이

여러 길로 갈라져

알아볼 수 조차 없는 형태로 나뉘었다.


길을 잃어버렸다.

방향도 잊어버렸다.




최근에 취향이라는 단어와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취향이라는 게 존재할까.


가시적인 호불호는 존재하겠지만

누군가의 무의식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그려낼 내 입맛이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또 내가 싫어하는 건 뭘까

직선과 곡선 중 무엇에 더 이끌릴까

내가 담길 수 있는 색과 무드는 무엇일까


아직은 그 무엇도 모르겠다




항상 누군가를 동경해왔다.

자신만의 자아가 뚜렷한 사람.

(여기서 말하는 자아는 주관의 의미보다는 취향에 가깝다.)


자신만의 시각이 너무도 뚜렷해서

무엇 하나 어긋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주변의 모든 것을

자신만의 기준에 맞도록 두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동경해왔다.


그들은 그들만의 빛이 있다.

여기저기 반짝이는 수많은 조명 속에서도

저만의 고유한 색을 내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그만의 빛을 뽐낸다.


셀 수 없이 스쳐 지나가는 매체 속에서도

그들의 모습과 비슷한 무언가를 마주치면

그 자리에 멈추어 그들을 떠올리고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게 하는 힘이 존재한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이룬 이들을

동경하게 된 것이다.




내 취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마냥 재밌어서 가까이했던 일들과 사고들이

갑자기 저 멀리에 서 있다.


언제 가까이 있었냐는 듯

남 보듯이 저 멀리에서 날 바라보고 있다.


다시 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걸어야 한다.


목표점을 다시 세워야 한다.


갈라진 길을 다시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머뭇거리고 있다.

목표가 없는 길을 걷는 게 너무 오랜만이다.

추상적인 목표조차 없는 길은 너무도 날카롭다.


마냥 걷다 보면 새로운 이정표가 나오겠지… 하는

허망한 순례길은 걷고 싶지 않다.


구도의 길을 다시 한번 걸을

마음의 준비가 되기까지

다시 한번 머릿속 가방의 짐부터

차곡차곡 쌓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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