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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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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윤규 Sep 11. 2022

나를 잃는 것

미련 속 여명

오늘도 사람 한 명을 잃었다.

내일도 한 명을 잃을 것이고

후로도 한 명 한 명 주위를 떠나갈 것이다.


내가 나를 잃어간다.


타인을 납득시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만큼 어렵다.


제한된 상황에서

한정된 방법으로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을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럴수록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아쉬운 부분은 커져간다.


이 사람이 이런 모습도 알아줬으면 좋겠고,

저런 모습도 기억해줬으면 하지만


그런 걸 원한다면

차라리 점집을 가서

오늘 아침에 먹은 게 무엇인지

맞춰보라고 하는 게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


나에게도 많은 모습이 존재한다.

내 친구들은 진짜

귀에 딱지가 붙도록 들었겠지만


학창 시절의,

초중고에서의 친구들이 보는 내 모습과

그밖에 외부에서 보는

나의 모습은 꽤나 다르다.


소수 규모의 단체생활이 아닌

꽤나 큰 규모의 단체 생활 속에서

내 전부를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할수록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표현이 줄어들고,

그 표현의 대한 욕망을

외부에서 많이 풀었던 것 같다.


그런 삶이 유지될수록

자연스레 내 이미지는

두 갈래로 나뉘었고

외부에서 보이는 내 자아도

자연스레 갈린 것이다.


사실 학교 사람들이 보는 내 이미지도

내 모습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더욱이 뚜렷한 것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상하리만큼 그 모습을 생각할수록,

그때의 사람들과 있을수록

나라는 사람을 부정하게 된다.


난 날 부정하는 게 정말 싫다.


너무 벗어나긴 했는데 어쨌든


새로운 인연에게,

이어가고픈 인연에게

나를 자연스레 ‘스며들게’ 하는 것이 아닌

의무적으로 ‘납득’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지속됨에 있어

서로에게 건강한 관계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관계에 있어 미련의 자국은

여명처럼 은은하게 남지만,

그 농도만큼은 무엇보다 짙게 남는다.


아무리 없애려고 발버둥 칠수록

끓이고 끓여서 날리려 할수록

미련은 더욱 진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진할수록 더 잘 스며드는 법이다.

짙게 남은 만큼 또 다른 내 모습에

자연스레 녹여


잃어버린 나를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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