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간
누군가를 바라본다.
항상 내 시선은 그를 향해 뻗어있다.
사랑, 우정 그리고 동경 사이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그 어딘가에서
넌 존재하고 있다.
그 혼돈 속에서
널 바라보고 있는 나는
폭풍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사랑은 경탄 속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비루함과 열등감 속에 존재하는 내가,
너를 향한 감정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동경인지
혹은 그 외의 극한의 증오인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던 내가,
너에 대한 경탄을 느낀 순간
너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다.
너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추억이라는 수많은 점이 이어져 만들어진,
나의 ‘삶’이라는 선(線)이
지도 없는 항해를 떠나왔다.
수많은 선이 지나가는 삶 속에서
하나의 교차점으로 너와 만났다.
우리는 셀 수 없는 교차점을 만들어냈고
수많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선을 만들어냈다.
사방으로 퍼지던 선들은 어느 순간부터
쌓이고 쌓여 하나의 면을 만들어냈다.
그 면이 겹치고 겹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냈고
난 그 공간 속에 갇혀 우리가 만들어온 점들을 세고 있다.
공간 속에 묶여버렸다.
아무리 나오려 발버둥 쳐도
벽에 그려진 점을 다 세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
‘모든 점을 세고 이 공간을 부수어 떠나리’
마음먹었지만
점을 세면 셀수록,
선을 이으면 이을수록,
날 묶었던 사슬은 날 더욱 단단히 조여낸다.
숨을 한번 고르고 다시 한번
선을 이어 면을 바라보았고
면으로 만들어진 이 ’공간‘을 바라보게 되었다.
공간의 모든 것을 느낀 순간
너의 모습이 갑자기 휘어진다.
나를 묶어내던 너의 모습이
알 수 없이 일렁이다 갑자기
나의 얼굴로 변한다.
너를 향하고 있던 시선과
너를 향하고 있던 경탄이
나의 얼굴에 빛을 비추기 시작했다.
비루함으로 채워진 내 공간 속에
사랑이라는 기쁨으로
한없이 충만해진 내 모습이 그려져 있다.
너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감정이
나를 경탄하는 마음으로 돌아왔고
네 안에 존재한다 생각했던 열쇠는
묶여 있는 내 손에 쥐어져 있었고
너를 바라보던 시선은
어느 순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너의 점을 바라보던 시선이
내 안으로 이어져
내 공간을 부수고
경탄과 경외와 사랑으로 채워진
새로운 공간을 지어냈다.
새로운 공간 속에 사는 나는
새로이 너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선을 이어 너에게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