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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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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윤규 Sep 15. 2022

너를 바라보며

새로운 공간

누군가를 바라본다.

항상 내 시선은 그를 향해 뻗어있다.


사랑, 우정 그리고 동경 사이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그 어딘가에서

넌 존재하고 있다.


그 혼돈 속에서

널 바라보고 있는 나는

폭풍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사랑은 경탄 속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비루함과 열등감 속에 존재하는 내가,


너를 향한 감정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동경인지

혹은 그 외의 극한의 증오인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던 내가,


너에 대한 경탄을 느낀 순간

너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다.




너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추억이라는 수많은 점이 이어져 만들어진,

나의 ‘삶’이라는 선(線)이

지도 없는 항해를 떠나왔다.


수많은 선이 지나가는 삶 속에서

하나의 교차점으로 너와 만났다.


우리는 셀 수 없는 교차점을 만들어냈고

수많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선을 만들어냈다.


사방으로 퍼지던 선들은 어느 순간부터

쌓이고 쌓여 하나의 면을 만들어냈다.


그 면이 겹치고 겹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냈고

난 그 공간 속에 갇혀 우리가 만들어온 점들을 세고 있다.




공간 속에 묶여버렸다.


아무리 나오려 발버둥 쳐도

벽에 그려진 점을 다 세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


‘모든 점을 세고 이 공간을 부수어 떠나리’

마음먹었지만


점을 세면 셀수록,

선을 이으면 이을수록,

날 묶었던 사슬은 날 더욱 단단히 조여낸다.


숨을 한번 고르고 다시 한번


선을 이어 면을 바라보았고

면으로 만들어진 이 ’공간‘을 바라보게 되었다.




공간의 모든 것을 느낀 순간

너의 모습이 갑자기 휘어진다.


나를 묶어내던 너의 모습이

알 수 없이 일렁이다 갑자기


나의 얼굴로 변한다.


너를 향하고 있던 시선과

너를 향하고 있던 경탄이


나의 얼굴에 빛을 비추기 시작했다.


비루함으로 채워진 내 공간 속에

사랑이라는 기쁨으로

한없이 충만해진 내 모습이 그려져 있다.




너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감정이

나를 경탄하는 마음으로 돌아왔고


네 안에 존재한다 생각했던 열쇠는

묶여 있는 내 손에 쥐어져 있었고


너를 바라보던 시선은

어느 순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너의 점을 바라보던 시선이

내 안으로 이어져


내 공간을 부수고

경탄과 경외와 사랑으로 채워진

새로운 공간을 지어냈다.


새로운 공간 속에 사는 나는

새로이 너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선을 이어 너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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