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민준 Sep 16. 2021

아름다운 비행

조물주로부터 의미를 부여받은 미물의 생명도 존귀하다

오월 둘째 주 일요일, 가족과 외출을 마치고 돌아왔다. 새 한 마리가 전기 상자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상하다 싶어 아들과 함께 전기 상자를 살폈다. 전기 상자 둥우리에 있는 딱새와 눈이 마주쳤다. 둥우리에서 동그란 눈을 뜨고 꼼짝도 하지 않고 알을 품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후로 두려운 마음에 둥우리를 포기하고 떠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어미 새는 두려움이 많다. 하지만 모성 본능이 작동해 두려워도 해치지 않을 거란 믿음으로 버틴다. 두려워도 둥우리를 떠나지 않고 자식을 지키고 싶은 모성애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전기 상자에서 알을 품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까지 이끼·풀·새털·마른 풀 줄기를 언제 어디서 옮겨 놓았는지 신기했다. 둥우리에는 새알 여섯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미 새는 먹이를 먹고 돌아와 알을 품느라 몇 시간씩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멀리서 둥지를 바라보며 알이 부화(孵化)하기만을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자 둥지에서 아기 새 소리가 들렸다. 먹이 물은 어미 새가 나타나자 조용하던 아기 새들은 눈도 못 뜬 채 입을 벌리고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쳤다. 어미 새는 반복적으로 동네 천지를 날며 곤충과 씨앗을 물어다가 아기 새에게 먹였다. 어미 새의 온기로 무럭무럭 자라 눈을 뜨고 꼬물거리는 아기 새들이 귀엽다. 아들은 알 부화 과정과 어미 새의 모성을 보며 “엄마 아빠도 나를 아기 새처럼 키웠어?” “그럼! 아기 새 보다, 더 큰 사랑과 정성으로 키웠지.” 사랑받고 있음을 인지한 아들이 배시시 웃었다.

  

아기 새의 지저귐이 하루가 다르게 크게 들렸다. 둥지에서 뛰어다닌 듯, 이끼와 풀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몸은 커지고 털은 윤기가 흐른다. 자연에서 배우며 살기 위해 힘차게 날갯짓을 반복한다. 어미 새가 먹이 찾으러 집을 비운 사이 왕성한 날갯짓은 금방이라도 이소(離巢)를 할 것만 같다. 어미 새는 먹이를 주지 않고 둥지에서 떨어져 지저귀며 따라오라고 유도한다. 바깥세상의 궁금함에 용기를 낸 것일까! 아기 새 한 마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둥지를 떠나 날아오른다. 한 마리가 용기를 내자 순식간에 다섯 마리가 비행하며 바닥에 흩어져 앉았다. 높은 곳에서 서툰 비행으로 땅에 떨어질 때는 가슴이 철렁했다. 한 마리의 성조(成鳥)가 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삶과 죽음의 고비가 많다는 것을 아기 새들은 자연에서 배우고 극복해 나갈 것이다. 어미 새는 ‘나를 따라오라는 듯’ 지저귀며 안내에 분주하다. 아기 새들은 힘차게 비행하며 어미 새를 따라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두 떠나 서운한 생각이 들던 순간, 가족과 함께 떠나지 못한 아기 새 한 마리가 지저귀며 어미 새를 찾는다. 아들이 아기 새를 바라보며 “아빠! 아기 새 불쌍해서 어떡해, 엄마 새는 아기 새를 찾으러 올까?” “그럼! 어미 새는 아기 새를 찾으러 꼭 다시 올 거야, 우리 어미 새가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라고 늦둥이 아들이 실망하지 않게 말했다. 딱새 가족이 떠나고 10여 분이 지나도록 어미 새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기 새는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어미 새를 부르며 기다린다. 20여 분이 지나자 어미 새가 돌아와 꽁지를 흔들고 지저귀며 아기 새를 부른다. “아빠! 엄마 새가 아기 새 찾으러 왔어.” 아들이 어미 새를 반긴다. 어미 새는 떠나기 전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것 같았다. 

  

미물도 천륜을 저버리지 않고 가족을 찾는 숭고함에 감동이 전해졌다. 어미 새와 아기 새의 상봉을 위해 아들과 함께 자릴 피해 주었다. 아기 새는 어미 새가 지저귀는 방향으로 힘차게 비행했다. 딱새 가족의 아름다운 비행이 얼마나 아름답고 책임감이 따르는 일인지 실감하게 되었다. 딱새 가족은 높고 넓은 자연에서 열심히 벌레를 잡아먹으며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다. 우주는 우리와 미물이 함께 살아갈 공동체이다. 조물주로부터 의미를 부여받은 미물의 생명도 존귀하다.

  

미물도 가족 사랑이 가득하거늘 TV에서 철없는 부모의 아동 학대에 힘없는 아기 생명이 죽음을 맞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아동 학대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할 줄 알았던 마음에 더욱더 충격이 크다. 부모의 아동 학대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가족의 울타리에서 학대가 이루어지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나도 이웃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마음을 반성한다. 

  

학대가 가정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어린이를 보살펴야 할 어린이집의 학대도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학대로 인하여 아동의 불안 증세와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동 학대 예방 차원에서 가족관계 교육 프로그램과 학대 대처 교육 및 경찰의 개입강화, 긴급 보호 체계 강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겠다. 어쩌다 어른이 되어 실수하지 않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본의무 계획도 수행되길 희망한다. 가족이라는 단어에는 부모의 의무가 따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