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극이었다
- 김용기
까치집에 앉은 달빛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윤 5월 청보리가
달빛 부스러기를 먹으며 자랐고
드문드문, 보리밭 반듯하게 누운 자리
이유는 몰라도 되었다
까치집 달빛 빠지듯
순식간에 월급이 사라졌지만
아이만 보리이삭처럼 자랐고
나머지는 똥
일부러 확인할 일은 아니었으므로
지금까지 잊고 살았다
허리를 굽혀
상한 마음을 손가락으로 주울 때
그녀를 빠져나간 내 마음
눈은 멀기가 영겁
까치집처럼 성겼으므로
허탈은 어머니 몫이 되었다
흐르는 눈물이 길어졌는데
남문다방 중신은 독
끝내 먼 5월의 보리밭
날아든 송홧가루와 퍼런 풀내가
아내의 치마 자락에 진하게 묻었다
달의 뒤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