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발각되어 법으로 줄을 그었고, 나의 죄는 단지 발각되지 않은 차이일 뿐이라는 말에 공감하였다.
경북북부 제2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수인번호 1793번 수형자 외 60여 명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예배당(강당) 맨 앞줄에 앉아 가장 먼저 내 눈에 띈 젊은 그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흰 고무신을 신었고, 팔짱을 끼고 있었고, 다소 길게 자란 검은 머리카락이 뿔 안경테 뒤의 눈을 깊게 만들어 주었다
맑았다
흐트러지지 않은 눈으로 가끔 강단을 스캐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예배드리는 동안 두 번 팔짱을 풀었으며 흰 고무신을 몇 차례 벗었다가 신었을 때 발가락이 간지러웠을 거라고 짐작하였다
그들에게 눈을 두면 기(氣)가 빠져나간다는 소리를 민감하게 들었으나 그들 중 누구도 내게 긴 눈을 주는 수형자는 없었다.
12개의 철문을 지나야 비로소 만날 수 있었던 그들은 이미 마음에 12개의 철문을 닫아 놓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내 눈은 줄곧 1793번 수형자를 향했고 어느새 그를 죄 없는 청년으로 색칠하기 시작하였다.
찬양 전도사의 준비찬송은 인정머리 없이 "죄" 라는 글자가 들어 있는 제목이거나 그런 내용의 찬양을 골라서 불렀다. 나는 ‘아슬아슬 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눈을 감았고 물렁물렁한 엉덩이를 마음의 침으로 찌르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저들은 앉아 있는 공간에서 태연함을 흘렸다
'줄곧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 이 있고
'머리 숙인 사람'
'아멘 하면서 박수를 치는 사람'
'눈 감은 사람'
'집중하여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
그리고 육십여 명의 또 다른 수형자들이 앉아 있었으나 뒷줄 교도관들이 신경 쓰여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수형자는 아무도 없었다.
믿음이 좋다는 우리도 평소 예배시간에 졸음을 이기지 못하거나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저들에게 손가락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다르지 않았다
죄의 탈을 씌워 바라보았고
양의 탈을 씌워 보기도 했으나 구분할 수 없었다.
수인번호 1793호, 나는 여전히 젊은 그에게 자주 눈을 던졌다
앞줄에 앉았으나 내게 긴 눈을 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든 게 사실이었다.
청송관내 어느 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은 삼겹살 기름 냄새가 저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누가 죄인일까
눈을 뜨고 기도하는 저들이 죄인인가?
가식과 위선으로 예배드리며 죄 없는 척하는 내가 죄인인가?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양손 하트를 주었는데 저들도 내게 사랑을 주었다
1793호에 머리 위 하트를 날려 주었지만 그는 반응하지 않았고 뒤에 앉았던 나이 든 어느 수형자가 머리 위로 하트를 되돌려 주었는데 무척 고마웠다
말은 서로 건넬 수 없었으나 사랑이라는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
돌아온 집에서 오늘 저들을 나와 겹쳐보았다
내 완악함이 달궈진 기름에 든 물방울처럼 파닥거리며 튀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부에서 코로나는 해제시켰으나 단체 생활을 감안하여 교도소 측에서 출입자 모두 마스크 착용을 통보받았다. 불편함은 없었으나 가끔 의도적으로 마스크를 벗어 내 얼굴을 노출시켰다
열린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들 안에도 필경 예수님이 계실 거라는 생각을 하니 동질감이 느껴졌고 스스로 위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