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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닮았다

- 친구 모내기를 돕다가

by 김용기

모내기를 닮았다


- 김용기



모내기하는 곽집사 이앙기가

내 삶을 그렸다


논에 그은 줄이

얼마나 곧으랴만

그 선을 따라 모판의 모가 심겼다


바람 불면 흔들리고

이앙기 위에서 딴생각은 또 안 했으랴

논 위에서 기어코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가는 길을 찾아 냈다

모줄은 논물에 잠겼어도

길을 기억해 냈다


이앙기 지나 간 자리는

나란했다

그러다가 모줄은 삐뚤거리고

다시 제 자리 찾아가는 반복

내 삶이 옮겨 앉은 듯하여

오랫동안 논두렁에 앉아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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